순익조작 기업 주주에 회계법인 보상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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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분식회계로 인해 발생한 주주들의 손해 일부를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들이 보상하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0일(현지 시간)세계 최대의 회계.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사의 분식회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5천5백만달러를 물어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회계법인 앤더슨(전 아서앤더슨)도 선빔사의 부정 회계와 관련, 주주들에게 1억1천만달러를 물어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마이크로측이 그동안 발표한 순이익은 잘못된 것이고, 실제로는 1997년 이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발표가 나온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하루동안 62%나 폭락했고, 엄청한 손실을 본 주주들은 회사와 PwC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던 PwC가 결국 무릎을 꿇은 건 회사측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와 PwC간에 소프트웨어를 대신 팔아주고,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업과 회계법인간에 지켜야할 독립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주주들은 PwC의 회계책임자인 존 코나왈릭이 99년 마이크로측에 "마이크로의 자회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가게 해 달라" 는 e-메일을 보낸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PwC의 대변인은 이날 "분식회계를 방조했다는 주주들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 며 "단지 소송과정에서 생겨날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합의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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