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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선이라더니…빛 바랜 '지하철 명성'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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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황금노선’도 경기 침체를 당해낼 재간이 없나 보다. 2000년대 후반 서울 부동산 시장의 대형 호재로 꼽혔던 지하철 9호선. 하지만 개통 직후 신설역 인근 집값은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이내 하락세를 걷고 있다.

9호선은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여의도와 강남을 거쳐 강동구 올림픽공원을 연결, 서울을 가로로 잇는 노선이다. 서울 주요 도심을 연결하는 데다 그간 대중교통이 취약했던 지역에 신설역이 들어서 개통 기대감이 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9호선 1단계 구간(개화~논현) 개통 후 신설역 인근 집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 7월 개통 이후 그 해 연말까지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값은 12.53%,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11.72% 상승했다. 강서구 가양동(2.84%), 방화동(1.81%), 염창동(1.64%)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라앉은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2010년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
개통 후 6개월새 아파트값이 12% 이상 오른 반포동은 2010년 하반기 들어 0.32% 떨어졌고 올 들어서는 5.72% 내렸다. 반포동 라인 아파트 100㎡(이하 전용면적)형은 2009년 7월 8억원에 달했던 몸값이 8000만원 가까이 떨어져 현재 7억2000만원선이다.

한신서래 115㎡형은 같은 기간 1억원 하락해 8억4000만원선에 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반포현대 82㎡형도 9000만원 내린 6억1000만원선이다. 이들 단지 몸값은 3년새 10% 이상 떨어졌다.

9호선 개통 후 6개월새 집값이 12% 올랐던 영등포구 여의도동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2010년 하반기 4.7% 떨어진 후 올 들어서만 3.39% 내렸다. 여의도동 장미아파트 107㎡형은 10억1000만원에 달했던 몸값이 8억7000만원으로 1억4000만원 하락했다. 시범아파트 118㎡형도 11억에서 8억9000만원으로 내려 시세가 19% 떨어졌다.

개통 후 신설역 인근 아파트값 10% 이상 떨어져

강서구 가양‧방화동 등지도 2010년 이후 평균 2% 아파트값이 내림세다. 가양동 대아동신 134㎡형은 9호선 개통 후 집값이 20% 떨어져 6억2000만원선이고 방화동 e편한세상은 25% 떨어져 5억8000만원이었던 시세가 4억3250만원으로 내렸다.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 아파트는 전통적인 알짜 투자처로 손꼽혔다. 특히 신설역 인근 지역은 대중교통여건이 확 좋아지면서 집값도 뛰었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주택구매심리를 녹이기에는 이도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에는 대형 호재로 꼽혔던 것도 수혜 지역의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힘이 딸린다”며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발이 떨어졌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가장 먼저 몸값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9호선 개통 당시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있었지만 개통 후 6개월 이상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것을 보면 약발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9호선은 2단계(논현~방이동)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공정률은 50% 넘었고 2014년 초 완공 예정이다. 동작구 흑석동 B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반쪽 노선이지만 2015년께 3단계(종합운동장~보훈병원)까지 완전 개통되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가장 먼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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