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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와 재계 엇갈리는 구조조정 입장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날 한 목소리로 중단없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개혁 피로감' 을 이유로 개혁의 매듭 내지 정비론을 제기한 데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기업원 등 경제단체와 연구소가 새로운 개혁 과제를 만들지 말고 기존 정책의 마무리와 기업활동 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자 밀리는 인상을 주어선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남기 공정위원장은 9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현행 대기업 정책의 뼈대인 30대 기업집단 지정과 출자총액 제한 제도의 후퇴는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李위원장은 자료를 통해 전경련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기호 경제수석도 주한외국상공회의소 모임에서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출자총액 제한 등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 강경한 공정위 입장〓이남기 공정위원장은 재벌의 선단식 경영행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늘었으며, 오너와 계열사의 주식보유를 나타내는 내부지분율도 그다지 낮아지지 않아 지배구조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가 적은 자본으로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며 이사회와 주총 등 공식기구를 무시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30대 그룹 계열사가 1998년 8백4개에서 2000년 5백44개로 줄었다가 올 4월 현재 6백21개로 다시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李위원장은 "자동차 기업이 신용카드에 진출하고, 중공업부터 음료수 판매업까지 하려 드니까 출자한도를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 이라며 "과거의 영토확장식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출자총액 제한 제도에 대한 오너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공정위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 재계 반응〓재계는 공정위의 반박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미(재계의)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고 전했다.

전경련도 이남기 공정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공식 논평이나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30대 그룹 지정 제도나 출자총액 제한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분명한데도 고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경제력 집중이 문제라면 30대 그룹을 묶기 보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4대 그룹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출자총액 제한에 따른 주식매각과 증자에 따른 시장 부담도 공정위가 축소.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증시가 활황세를 유지한다면 몰라도 과중한 공급 물량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부담이 없다' 는 공정위의 주장은 억지라는 것이다.

김시래.이상렬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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