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주며 눈물빼는 한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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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사랑을 주세요' (김순영 연출.사진) 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드라마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닐 사이먼의 작품.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40년대 미국 뉴욕. 줄거리는 인종차별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미국에 이민 온 유태인 가족의 3대에 걸친 변천사다. 가족의 중심인 할머니와 아내를 잃고 두 아이를 키울 능력도 없는 에디, 정신지체아인 벨라, 갱단의 일원인 루이, 후천적으로 발성 장애를 갖고 있는 거트 등 형제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손자인 제이와 아리의 순수한 눈을 통해 바라본다.

폭소가 끊이지 않았던 미국공연에 비해 한국관객들은 비교적 조용하다는 점이 양국간의 차이다. 사이먼의 대사는 코믹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를 두려워하는 벨라의 어눌한 말투나 거트의 '엽기적인' 발성에서 웃음 보다는 애처로움을 느끼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가족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나가는 후반부에서는 웃음 속에서 드문드문 훌쩍이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극은 여전히 관객을 웃긴다.

막이 내리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지만 뭔가 생각하는 표정들이다. 가족단위의 관객도 많다. 27일까지 마로니에 극장.

오후 7시30분, 토 4시 추가, 일 3시.6시30분. 02-741-9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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