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비스 강화하는 은행, 중개업계에 독 또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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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 부동산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중개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매물 소개 등 사실상 ‘유사’ 중개업을 해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부동산 관련 매물소개, 컨설팅, 대출, 세무상담 등을 아우르는 ‘KB부동산자산관리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KB 하우스타’란 이름으로 국민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전국 1만여 공인중개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의 매물 정보와 시세를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포털업체인 ‘다음’과 공동으로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10월부터 시작하며, 우리은행은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부동산 연구팀을 신설해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중개업계, “유사중개행위 사업영역 침해 가능성 크다”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을 기존 중개업계는 크게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은행이 막강한 자본력과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개업계 일감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국민은행에 ‘중개업 진출을 하는 것은 중개업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명확히 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이에대해 ‘은행법상 중개업을 할 수 없으며, 또한 중개업을 할 어떠한 동인 및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중개업계는 여전히 반신반의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객을 상대로 상담과 동시에 매물을 소개해주는 것은 ‘유사 중개업’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은행들이 중개업 시장을 침범할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은행, “중개업할 계획 없다”

은행들은 중개업계의 이런 우려가 기우라고 주장한다. 국민은행이 부동산계약을 직접 중개하지 않고 매물 정보를 올린 제휴 부동산을 통해 이뤄질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KB부동산서비스사업단 박합수 팀장은 “매물 정보는 중개업소에서 나오고 중개수수료도 모두 중개업소가 챙기는 방식”이라며 “국민은행은 부동산중개를 통한 어떤 수수료도 받을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휴 중개업소와 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매매 장터를 열어 주택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매물을 찾고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자나 수요자들이 대출 등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간접적인 영업을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을 받을 일이 더 많다는 주장이다.

“은행은 ‘매물장터’를 여는 것일뿐”

그럼에도 은행과 중개업계간 오해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은행들이 아직 부동산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입장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은행의 경우는 특히 정부가 앞으로 주택 시세 정보를 한국감정원으로부터만 받기로 하면서 정부에 시세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받던 수익을 내년부터 받지 못한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중개업계가 지금껏 직간접적으로 해오던 기능을 언제든 넘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은행 시스템을 중개업소가 무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은행들의 부동산서비스가 중개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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