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수익 성에 안 차~ 하이일드 채권에 뭉칫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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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스가 집계하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 지수’는 15일(현지시간) 현재 6.84%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월의 6.61%에 바짝 다가섰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채권값은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진다. 하이일드 채권 금리가 저공비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의미다. 앞서 유럽 재정위기 및 미국·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전 세계의 돈은 안전자산인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국채로 몰렸다. 돈이 너무 많이 몰리자 10년물 선진국 국채 금리가 2% 밑으로까지 밀렸다. 수익률이 너무 낮으니 자본은 다른 수익률 높은 자산을 찾아 움직였다.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에 이어, 최근엔 투기등급 회사채에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독이 든 사과’로 불린다. 대개 BBB 미만 등급(국제 신용평가사 기준)의 회사채인데, 잘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잘못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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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는 하이일드 채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BBB등급 이하의 비중은 80%에 달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A등급 이상이 80%”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 규모는 62조원이다. 2003년 20조원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했다. 이 중 BBB 이하 등급 회사채의 신규 발행 비중은 2002년 37%에서 올해는 4%까지 떨어졌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회사채가 A등급 이상이라는 의미다. 부도 위험이 높다는 선입견 때문인데, 실제로 BBB 등급 부도율은 1년차 0.12%, 10년차가 1.19%에 그친다.

 워낙 발행이 안 되다 보니 국내 하이일드 채권을 사고 싶어도 사기 어렵다. 현재 동양·동부증권 등이 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동부건설·STX팬오션·동부제철·두산건설 등의 채권은 은행예금 환산 수익률이 6%를 웃돈다.

 하이일드 채권을 직접 사는 게 부담이라면 펀드도 있다. 주로 해외 펀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하이일드 채권 등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6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왔다. 수익률도 좋다.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형A’는 연초 이후 11%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성과도 꾸준해서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을 낸 적이 없고, 3년 수익률은 50%에 이른다.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A)’는 1년 수익률이 15%, 3년 수익률은 44%에 이른다.

 지난달 유럽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 채권 등에 투자하는 ‘AB유럽인컴채권펀드’를 내놓은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이창현 상무는 “국내 기관투자가가 먼저 투자 상품을 문의해올 정도로 반응이 좋아 공모펀드로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하이일드 채권이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미국 기업의 부도율이 하락하는 등 위험이 크지 않다”며 “저금리 시대 하이일드 채권 펀드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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