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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 매각처 KTB → MBK로 급변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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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웅진코웨이를 팔아 당장 연말까지 돌아오는 빚 2740억원을 갚아야 했다. 하지만 코웨이 인수에 돈을 대기로 했던 KTB사모펀드를 통해서는 그때까지 그만큼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신용등급마저 내려갔다. 결국 매각처를 바꿨다. 그 와중에 KTB사모펀드가 보장해 줬던 ‘매각 후 경영권 보장’까지 포기했다. 웅진그룹 얘기다.

 웅진그룹은 16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 지분 30.9%(약 2200만 주)를 모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영권도 넘기는 조건으로 1조2000억원을 받는다. 다음 달 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웅진은 지난달 24일 KTB사모펀드와 웅진코웨이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매각 방식은 좀 복잡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KTB가 총 6000억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SPC가 은행에서 6000억원을 추가로 빌려 총 1조2000억원에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SPC에 2400억원을 출자하고 경영권을 계속 갖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20여일 만에 MOU를 백지화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는 “KTB사모펀드와 협의를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룹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는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SPC를 세우려면 KTB가 3600억원을 모아야 하는데, 당초 예상된 10월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웅진은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빚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웅진그룹의 총 차입금은 1조8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2740억원이다. 내년 3월 5000억원, 6월 6240억원을 포함해 향후 10개월 안에 약 1조4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2007년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채무가 늘었다. 여기에 건설경기가 악화돼 그룹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그룹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28개 계열사 중 이익을 낸 곳이 웅진코웨이·웅진씽크빅뿐이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져 웅진은 더 급해졌다. NICE신용평가는 이달 8일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코웨이를 매각해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돈을 댈 수 있는 MBK가 나섰다. MBK가 제시한 1조2000억원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나은채 연구원은 “이달 9일 발표한 웅진코웨이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데 비해 후하게 책정된 금액”이라고 해석했다. 주당 5만원 선으로, 현 주가에 비해 약 3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준 값이다.

 웅진은 매각을 통해 일단 경영권을 내주기로 했지만 여전히 여지를 남겨뒀다. MBK가 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가장 먼저 사들일 권리를 갖도록 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권이 바뀐 웅진코웨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웅진그룹은 재무구조를 개선해 코웨이를 되사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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