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중·고 선후배 감독 우승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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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패 뒤 6연승을 거둔 파죽지세의 수원 삼성이냐, 10개 구단 중 최고의 골 집중력(17골)을 보인 부산 아이콘스냐.

프로축구 아디다스컵을 놓고 오는 9, 13일 홈 앤드 어웨이로 결승전을 벌이는 수원과 부산 대결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고교 선후배 관계로 얽힌 두 사령탑의 자존심 싸움이다.

김호(57) 수원 감독은 고향(경남 통영)까지 같은 김호곤(50) 부산 감독의 통영중-동래고 7년 선배다. 하지만 부산 김감독이 중학교 시절 축구를 중단했던 데다 나이 차이로 동시에 학교를 다닌 적이 없기에 둘의 만남은 1969년 실업팀 상업은행 창단 때까지 미뤄진다.

수원 김감독과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부산 김감독은 나란히 지원했고 공교롭게도 포지션도 중앙 수비수(김호)와 오른쪽 수비수(김호곤)로 비슷해 2년 동안 사이좋게 호흡을 맞췄다. 이어 71년 부산 김감독이 연세대로 진학하면서 소속팀이 갈렸지만 71년부터 73년까지 국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수 있는 사이지만 결승전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상 양보는 없다.

수원 김감독은 "동향 후배와 결승에서 만나게 돼 반갑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며 일단 포커 페이스다. 하지만 상대팀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필승 전략까지 세운 상태다. 그는 "부산은 하리·우성용·마니치 등 공격진의 파괴력이 위력적이기 때문에 미드필드부터 장악하는 게 승리의 관건" 이라고 말한다. 전북과의 준결승전에서 두골을 뽑은 고종수와 데니스의 공격력은 무엇보다 믿음직스럽다.

부산 김감독은 "김선배와 감독으로서 우승을 다투기는 처음이다. 프로의 세계인 만큼 후회없는 명승부를 펼치겠다" 며 의욕적이다. 우성용과 마니치가 각각 5골·4골을 기록하며 득점 감각에 물이 올랐고 지난해 수원에서 방출한 미드필더 하리의 몸놀림이 어느 때보다 가볍다고 자신한다.

9일 오후 7시 수원에서 열리는 결승 1차전은 연장.승부차기 없이 진행한다. 이어 13일 오후 3시 부산 2차전에서는 전·후반 90분 결과 1, 2차전 합계 승부(승점·골득실차·다득점순)를 못가릴 경우 연장·승부차기에 들어간다.

지난 5일 준결승에서 수원은 전북 현대를 2 - 1로 꺾었고 부산은 성남 일화를 승부차기에서 4 - 3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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