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몰랐는데…" 한국 시집 온 일본女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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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이 일본의 위안부 문제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말 죄송합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광장. 기모노와 한복 차림의 일본 여성 500여 명이 모여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대부분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국적의 여성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일본대사관에 “위안부 문제를 위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나흘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일 간 평화우호 관계를 구축해 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 양국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다 유카리(47)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너무 죄송한 마음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두 아들딸과 함께 온 하시모토(40)는 “일본에서 한국말을 배우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내 선조들이 한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흐느꼈다. 이들은 이날 한국어·일본어로 작성된 ‘사죄문’을 시민들에게 건네고, 일본 의 사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번 모임은 서울시청뿐 아니라 대구·부산·청주 등 전국 13곳에서 일본 여성 1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오전 충북 청주의 번화가 성안길에도 기모노와 한복 차림의 일본 여성 40여 명이 모여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했다. 충북지부 대표인 미야자키 사요코(58)는 “우리의 사죄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를 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며 “이런 작은 메아리가 양심적인 일본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도자들이 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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