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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독립만세 외쳤던 정명여고생 7인 ‘애국지사’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921년 11월 14일 전남 목포의 정명여학교 앞. 15~16살 정도된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달려나오며 큰 소리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국내 독립운동이 소강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여학생들의 주도로 ‘독립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목포시내를 뒤흔든 것이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들에 합세하면서 시위 인파도 커졌다. 그리고 이날 수십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특히 시위의 주모자들은 각각 징역 6~19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러야 했다.

 국가보훈처는 67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정부 포상을 받는 애국지사 198명 가운데 만세운동을 벌이다 옥고를 치른 정명여학교 학생들을 포함시켰다고 13일 밝혔다. ▶김나열 ▶곽희주 ▶김옥실 ▶박복술 ▶박음전 ▶이남순 ▶주유금 등 7명이다. 통상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포상을 신청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보훈처가 직접 이들의 공적을 발굴해 빛을 보게 됐다.

 김나열 선생의 딸 장경희(74)씨는 “어머니는 생전에 유공자 신청 얘기만 나와도 ‘조선 사람이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극구 거절했다” 고 말했다. 7명의 애국지사를 한번에 배출한 정명여고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03년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이학교는 호남 최초의 5년제 여성 중등교육기관이다. 설립 당시 명칭은 ‘목포여학교’였으나 1911년 ‘정명여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 학교는 1937년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자진폐교했다가 해방 후인 1947년 재개교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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