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벤처의 성공적 외자유치 조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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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최근 컨설팅 업체의 요청으로 정부의 투자유치단에 끼어 미국 3개 도시를 1주일간 돌면서 상담을 벌인 적이 있다. 각 지역마다 유수의 벤처 캐피털.엔젤 투자가들이 다수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업설명회에는 투자가는 한두 명뿐이고 컨설팅 업체와 교포, 지방 공무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열심히 자료를 준비한 벤처 CEO들이 실망감을 느낀 것은 물론 투자유치 성사도 없었다.

이처럼 한국의 벤처기업이 외자유치에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벤처 CEO의 경영능력 부족▶컨설팅 업계의 미흡한 경험 때문이다.

우선 한국 CEO들은 기술만 있으면 전부 되는 줄 알고 사업계획서(Business Plan) 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들이 스타트업(start-up) 에 투자할 때는 사업계획서에 성공에 필요한 제반 경영 요소들이 제대로 담겨 있는지를 본다. 특히 기술을 뒷받침하는 시장분석과 영업전략, 경험있는 경영진이 없을 때는 그 계획은 한낱 공상과학소설로 취급될 정도다. 기술이 벤처사업 성공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존 내쉼은 저서 『하이테크 스타트업』에서 벤처투자사가 던지는 "기술 외에 다른 성공요소는 무엇이 있나" 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어야 투자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벤처기업 투자유치엔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풍부하고 현지 네트워크가 넓은 전문 컨설팅업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벤처는 소수의 인원이 적은 자금과 짧은 사업경험으로 시작하므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똑똑한 길잡이가 필요하다. 특히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벤처 세계에서 올바른 방향과 확실한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는 길잡이는 투자 유치의 열쇠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톡톡 튀는 제품이나 서비스라 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구시대 유물이 되는 게 벤처시장이다.

이영상 DSI 사장(yslee@dsi3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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