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 눈치 보는 건 전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사진)씨와 함께 중국당국의 고문 흔적 찾기에 나선다. 외교통상부 조태영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씨에게 연락을 취해 요청 사항을 들었다”며 “김씨가 고문 증상을 확인하기 위한 정밀검사를 원하고 있고, 적절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해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8일 전주 삼성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받은 결과 양쪽 광대뼈와 근육 사이에서 타박 흔적이 나왔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세포 손상으로 추정되나 실제 중국에서 받은 고문 후유증인지 확인하려면 해상도가 두 배 높은 첨단 장비를 갖춘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전문 장비를 갖춘 곳 중 정부 의견이 개입되지 않아 국제기구에서의 채택률이 높은 사립 의료기관이 검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씨의 외상 흔적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증상도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기억하는 3명의 고문관에 대한 몽타주도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외교부의 이 같은 대응은 김씨의 고문을 계기로 정부가 해외에서 자국민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변인도 “외교부가 중국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언론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니까 눈치 보는 건 전혀 없다”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엄중하게 대응해 왔고, 앞으로도 대책위 측과 함께 유엔 개인진정 등 필요한 절차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우리가 무엇을 문제시하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고문대책회의(구 김영환석방대책위)’는 검진을 통해 확인된 증거를 바탕으로 김씨 문제를 국제 이슈화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대책회의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앞 옥인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유럽연합(EU) 의회에 청문회 개최를 의뢰할 것”이라며 “이달 내에 김씨 전기고문에 관한 청원을 ‘유엔 고문특별보고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