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세제혜택 연장됐다고 환매 주저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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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직장인 남모(37)씨는 2007년 6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차이나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당시 불었던 중국 투자 열풍에 휩쓸려 이 펀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곧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며 펀드 수익률은 계속 추락했다. 올 들어 수익률은 간신히 3%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입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30%다.

 남씨 같은 해외펀드 투자자가 펀드를 정리하는 데 1년의 시간을 더 벌었다. 8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서 정부는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 중 발생한 손실과 이후 발생한 이익을 상계하는 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돼 해외펀드 손실이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펀드 가입 붐이 일었던 2007년 6월 이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8일 기준 -21%에 달한다. 특히 투자자가 많이 몰린 차이나(-23%)·인도(-5%)·러시아(-48%) 펀드의 손실 폭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이 연장됐다고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시장 전망이 나쁘면 과감히 환매하라”고 말한다. 상계 기한이 아무리 길어져도 펀드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소용없다. 조완제 삼성증권 팀장은 “중국과 브릭스 증시는 당분간 상승 추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원금에 도달하지 못했어도 어느 정도 손실이 줄면 환매해 전망이 나은 투자처를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럽증시 역시 재정위기 관련 소식에 따라 상당 기간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커 반등할 때마다 환매하라고 조언한다. 대안으로는 수익률이 미리 정해져 불확실성이 덜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추천했다. 해외 시장 중에서는 미국과 동남아 지역 전망이 좋은 편이다. 이들 지역은 최근 수익률도 양호하다.

 해외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많지 않다면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새로 나오는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재형저축의 투자 한도는 분기당 300만원, 월 100만원이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기존에 투자한 해외펀드를 나눠 환매, 재형저축으로 옮기면 실질적으로 해외펀드 비과세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재형저축은 ‘모든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적립식 저축(투자)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금융감독 당국의 구체적인 상품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재형저축용으로 해외펀드나 채권형 펀드가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상품에는 현재 비과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펀드가 국내 주식을 사고팔아 얻는 차익에 대해서는 지금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해외펀드 평가손익 상계

해외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된 투자자를 위한 제도다. 정부는 해외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 6월부터 해외펀드에 비과세 혜택을 줬다가 2009년 9월 이후 이를 없앴다. 그런데 2009년 금융위기로 해외펀드에서 큰 손실이 났다. 손실을 본 해외펀드 투자자도 증시 회복 이후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 처지가 됐다. 투자자가 반발하자 정부는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 중 발생한 손실과 2012년 말까지 발생한 해외펀드 수익을 합산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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