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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안정화대책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은 최근 채권수익률 급등원인으로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수급교란과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를 들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 등 실물요인도 있지만 투신사 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대규모 환매 등에 따른 채권수급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채권시장 안정화대책의 골자는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신축적인 지준관리와 국고채, 예보채 발행시기 및 물량조절 등이다.

한은은 채권시장이 단기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신 단기화 및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어 작은 충격에도 채권수익률이 과도하게 상승할 가능성을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채권시장 수급여건 개선대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낮 금융기관장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은 채권수익률급등배경을 설명하고 채권시장 조기안정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할 계획이다.

▲채권안정화대책 주요 내용=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지준을 신축적으로관리할 계획이다. 27일 만기도래하는 RP(환매조건부채권) 매각분 4조6천억원을 전액해지해 금융권에 공급키로 했다.

박재환 금융시장국장은 현재 은행권의 지준은 소폭 플러스(+)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채권수요확대를 위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안증권발행도 채권시장 수급상황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국채및 예보채 발행시기도 적절히 조정키로 했다.

한은은 이달말까지 5조1천억-5조6천억원의 자금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수익률 상승요인= 채권시장금리는 지난 12일을 저점으로 오름세를 보이기시작, 26일에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1.4분기 소비자물가가 작년동기대비 4.2% 상승하고 4월에는 5.2% 상승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3월중 실물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채권수익률이 급등했다. 지표물인 국고채금리는 통상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연동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한 것은 이런 실물요인보다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수급교란과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봤다.

월중 거액의 세금납부, 채권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률 저하 등으로 MMF의 대폭적인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투신사들이 보유채권을 매각하고 시장에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다시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는 악순환을 불렀다.

실제 일부 투신사의 경우 채권수익률이 낮았던 1-2월 MMF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콜론 등 유동성자산 대신 채권을 대거 편입했으나 고객에 대한 환매자금 지급을 위한 유동성 부족과 시장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발생에 대한 우려로 보유채권을 대량 매각했다.

이달들어 지난 24일 현재 투신사의 MMF 자금이탈규모는 4조원, 투신사 보유채권매각규모는 3조원 수준이다.

한은은 금융기관 수신구조의 단기화와 시장금리의 변동성확대 등으로 주요 기관의 채권매입수요가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MMF환매 진정기대= 박재환 금융시장국장은 시장참가자들이 채권수급사정 악화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투신사 MMF의 경우 채권편입비중이 평균 50% 수준이며 채권 잔존만기가8개월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규정상 보유채권 매각기준인 1%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까지는 채권수익률이 약 3% 상승해야 하나 지난 26일 현재 국고채(3년) 유통수익률은 연 6.93%로 전월평균(5.84%)에 비해 1.09%포인트 오른데 불과하다.

현재 채권시장 금리에는 이미 물가 및 경기요인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는데다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세의 상대적인 둔화전망, 최근의 단기급등에 따른 채권수익률 고점인식 등으로 조만간 시장금리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또 계절적인 자금수요로 인한 MMF 환매수요도 일단락된 것으로 한은은 판단하고있다.

▲시장반응= 시장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MMF 환매가 지속될지에 따라 시중금리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채권부 관계자는 "이틀사이에 3조원이 빠졌는데 이정도 대책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책발표이후 금리오름세에 제동은 걸렸지만 내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매수요가 유입될 이날 오후 상황에 따라 향후 금리추이가 결정될것으로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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