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보물’ 저어새 180국에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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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이다. 거의 대부분 한국이 고향으로 비무장지대(DMZ) 인근 서해 무인도 등지에서 번식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전 세계의 저어새 숫자가 500~700마리까지 줄어 자칫 멸종위기에 몰릴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2300여 마리로 네 배가량 늘었다.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저어새가 겨울을 보내는 대만과 홍콩 지역까지 오가며 서식지 보호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저어새 보호 노력과 효과가 다음 달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릴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핵심 사례로 다뤄진다. 180여 개국에서 정부, 환경단체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가할 제주 총회에서는 ‘자연의 회복력’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WCC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행사로 올해로 23번째다. 동북아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WCC 조직위원회는 8일 “총회에서 비무장지대와 저어새 서식지 보전 등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결의문과 권고문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특산인 구상나무의 보호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된다. 소나뭇과로 키가 20m까지 자라는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덕유산 등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영향 등으로 인해 한라산 등 고산지대에서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어 보호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자연보존총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총회는 행사 자체도 친환경적으로 치러진다. WCC 조직위에 따르면 회의장인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지붕과 옥상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70억원을 들여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연간 75만4000㎾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컨벤션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20%를 충당할 수 있다.

 행사 참가자들의 이동방식 역시 환경을 고려했다. 조직위 총회운영팀의 양석화 사무관은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먼 거리는 전기버스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회의자료는 휴대용 보조기억장치(USB)에 담거나 개인 e-메일로 보낸다. 참가자들은 무료로 빌려주는 1500대의 태블릿 PC로 회의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김종천 WCC 조직위 사무처장은 “국내의 발전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이번 총회에서 하게 될 모든 투표는 종이 없는 ‘전자 투표’로 진행된다”며 “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생태계 보호 노력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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