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 용역 엄벌해야 공권력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법치국가에선 ‘사적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다. 하물며 ‘폭력 용역’을 업으로 삼는 기업이 버젓이 영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노조원들이 농성 중인 (주)SJM 안산공장에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의 사설경비원들이 난입해 노조원들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놓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으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요즘 노동현장에 이러한 ‘폭력 용역’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조직적 폭력을 동원하는 기업들은 ‘경비용역업체’들이다. 2009년 쌍용차 파업도 이들 업체에 의해 폭력으로 치달았고, 한진중공업·유성기업·경상병원 등 폭력사태가 불거진 대부분 노동현장엔 이들 업체가 있었다. 경비업체들의 본 업무는 시설 및 신변 보호와 방어다. 폭력을 휘두르는 공격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들 업체는 곤봉과 헬멧·방패를 비롯해 물대포 등 진압장비까지 갖추는 등 ‘민간 폭력업체’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일부 업체들은 사설 전쟁 수행 업체인 미국의 블랙워터와 같은 ‘민간 군사업체’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히 자랑하기도 한다. 주로 깡패들이 동원됐던 과거의 ‘구사대’가 정식 기업으로 등록하고, 폭력을 사업화한 것이다. 개발시대의 재개발 철거 현장에 등장해 철거민들을 폭행했던 철거용역을 이후 ‘비계·구조물 해체 공사업’으로 등록된 건설회사에서 수행한 것과 비슷하다. 과거 용산참사도 이런 건설업체의 개입으로 벌어졌다.

 이 같은 폭력 기업이 자라나는 토대는 해당 기업의 불법성뿐 아니라 폭력적 시위문화 등 우리 사회의 폭력화 경향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공권력을 제외한 폭력은 모두 불법이다. 어떤 경우라도 사적 폭력이 용인된다면 사회는 극심한 대립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폭력 용역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함으로써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알려왔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협의회(회장 도문길)는 8월 9일자 30면 ‘폭력 용역 엄벌해야 공권력 산다’는 사설에서 ‘…철거민들을 폭행했던 철거용역을 이후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으로 등록된 건설회사에서 수행한 것과 비슷하다. 과거 용산참사도 이런 건설업체의 개입으로 벌어졌다’는 대목과 관련해 업계 전체가 폭력집단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협의회 측은 “용산참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주용역과 철거공사의 분리 및 강제철거 반대를 위한 입법청원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