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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제대로 꽂힌 순간 금메달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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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또 하라고 하면 그렇게 잘하지 못할 거 같아요.”

 스무 살 청년은 연신 목에 건 금메달을 보면서도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사진)이 7일(한국시간) 중앙일보 런던지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경기 직후라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복장은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1차 시기에서 세계 최고 기술(난도 7.4)인 ‘양학선(양1)’을 시도했는데.

 “런던에 와서 연습했을 때도 그렇게 잘된 적은 없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본지 독자에게 보낸 양학선의 사인 글.

 -경기 전에 조성동 감독이 무슨 얘기를 해 줬나.

 “착지 후 두 발짝 밀리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하셨다. 그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 1차 시기에서 착지가 불안했지만 뒤로 밀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 발짝 움직인 거라 좋은 점수가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2차 시기에선 난도 7.0인 스카라 트리플을 시도했다.

 “자신 있게 뛰었는데 제대로 딱 꽂혔다.”(‘꽂혔다’는 체조에서 쓰는 은어로 완벽한 착지를 의미한다.)

 -착지 후 점수가 나오기도 전에 태극기를 건네 받았는데.

 “김지훈(27) 선배님이 나를 위해 경기 전날 태극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제대로 꽂힌 순간 금메달을 예감했고,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당당하고 솔직한 성격의 양학선도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는 부담이었다.

그는 “주변에선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무조건 금메달’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경기 전날 밤 10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 1시까지 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경기가 끝난 뒤 도핑 테스트 때문에 힘들었다던데.

 “소변이 잘 나오도록 하기 위해 이온음료 500ml를 5병이나 마셨다. 가까스로 소변을 봤는데 기준치 90ml에서 5ml 모자란 85ml였다. 5ml를 마저 채우기 위해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정작 도핑 검사가 끝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제야 이온음료의 효과가 나타나 중간중간 차에서 내려야 했다.”

 양학선은 벌써부터 내년 세계선수권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양1을 완성시키기 위해 수만 번을 구르고 뛴 지독한 연습벌레다. 그는 “내년에 룰이 바뀔 것을 대비해 양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양2를 만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스무 살 청년은 목표를 말할 땐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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