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눈빛은 금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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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7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탁구 단체전 준결승에서 홍콩 탕펑에게 강력한 공격을 하고 있다. 유승민은 첫 번째 1단식 경기에서 탕펑과 풀세트 끝에 3-2로 승리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AP=연합뉴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개인전 결승에서 상대를 노려보던 유승민(30·삼성생명)의 눈빛은 매서웠다. 태극마크를 단 마지막 무대에서 유승민의 강한 눈빛이 다시 한 번 중국을 향한다.

 남자탁구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단체전 준결승에서 홍콩을 3-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8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에 열리는 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중국. 국제대회에서 만리장성에 막혀 번번이 고개를 떨궜던 한국 탁구가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유승민은 이번 올림픽 단체전의 ‘시작’과 ‘끝’이었다. 오상은(35·KDB대우증권)과 주세혁(32·삼성생명)이 다소 부진한 가운데 결승 진출을 이끈 일등공신이 유승민이다. 북한과의 16강전, 포르투갈을 상대한 8강전에서 경기를 매조지 한 그는 준결승에선 단식 첫 번째 경기와 오상은과 호흡을 맞춘 복식에서 모두 승리했다.

 유승민의 눈빛은 2004년보다 더 강렬하다. 세계랭킹에 따른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놓친 그는 신혼생활을 반납하다시피 하고 랭킹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국제대회를 전전했다. 결국 후배 김민석(20·KGC인삼공사)과 막판까지 경합하다 간신히 출전권을 따냈다. “탁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할 만큼 어렵게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3개월 동안 대표팀의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권을 반납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는 홍콩전 뒤 “국내 대표 선발전을 거쳤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후배들이 나 때문에 올림픽 경험을 쌓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크다. 메달로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비선수 카드(P카드)로 훈련 파트너를 하고 있는 김민석은 “지금 대표팀에서 유승민 형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눈빛을 보면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든든해했다. 유승민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번 올림픽이 역시 마지막인 오상은·주세혁과 금메달을 합작해 ‘30대 베테랑의 힘’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단체전에 나서는 장지커(세계랭킹 1위), 마룽(2위), 왕하오(4위)는 모두 한국 선수보다 세계랭킹이 높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딴 유승민은 “중국의 부담감을 역이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유승민을 단식 첫 번째 경기에 내보내 승부를 거는 것도 생각 중이다”고 귀띔했다.

런던=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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