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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쏘아올린 '양학선'의 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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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모님께 안전하고 따뜻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어요."

‘도마의 신’ 양학선(20·한국체대)은 금메달이 간절했다. 그의 가족은 전북 고창 석교리의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집에 살고 있다고 일간스포츠가 보도했다..

광주 달동네 단칸방에 살던 양학선의 가족은 2010년 이곳으로 이사했다. 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던 양학선의 아버지 양관건(53)씨가 어깨를 다쳐 일을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집을 구할 돈이 없어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살림을 꾸렸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집 한켠에는 양학선의 상패와 트로피, 메달들을 소중하게 모셔둔 자리가 있다.

양학선은 이제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는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끝난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평균 16.53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공중에서 1080도를 도는 세상에 유일한 기술 ‘양학선(양1)’은 이날 런던 하늘을 날아올랐다.

양학선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사춘기 때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가출도 해봤다고 한다. 광주체중에 들어간 뒤엔 체조 실력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10대 소년은 고된 훈련과 극심한 가난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물, 광주체중 오상봉 감독의 정성이 양학선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오 감독은 양학선의 도마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준 은사다.

방황기를 보내며 양학선은 가족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 졌다. “도마 앞에만 서면 마음이 좋다”던 양학선은 부모님을 위해서도 체조에 더 매달렸다. 양학선은 광주고에서 여홍철 교수가 개발한 기술 ‘여2(공중에서 2바퀴 반을 도는 기술)’로 전국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탄력 좋고 배짱 좋은 고교 선수 양학선을 눈여겨 본 대한체조협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를 대표팀에 불러 훈련시켰다.

그 사이 양학선 가족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고창으로 이사한 후 어머니 기숙향(43)씨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고창으로 이사한 첫해였던 2010년에는 폭우로 비닐하우스 뼈대만 남고 모든 살림살이가 쓸려 내려갔다. 이로 인해 아버지는 우울증까지 앓았다.

아버지 양씨는 아들 양학선과 얘기를 나눌 때야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돈다. 양학선은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8~9시간 고된 훈련을 하면서도 하루에도 두 번씩 부모님께 전화해 안부를 묻는 효자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하루빨리 부모님께 달려가 농사를 돕고 함께 낚시를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안전하고 따뜻한 새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는 꿈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도 양학선에겐 이제 곧 현실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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