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너마저 … 원금 손실 우려, 주가 조작 의혹에 발행 넉 달째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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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큰 인기를 끌던 주가연계증권(ELS)마저 흔들리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지수는 물론 ELS에 기초자산으로 많이 편입된 개별 종목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진 탓이다. 게다가 최근 ELS와 관련한 주가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투자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6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7월 ELS 발행 규모는 3조1372억원으로 전달보다 3041억원 줄었다. ELS는 3월만 해도 5조4836억원이 발행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ELS는 조기상환(미리 정한 주가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자에게 목표수익률과 원금을 지급하는 것)해도 투자자가 돈을 빼지 않고 다시 ELS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 웬만하면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며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발행이 줄었다”고 말했다.

 ELS는 과거에 비해 조건이 좋은 상품이 많아지며 투자자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올 들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뚝 떨어지자 많게는 반 토막까지 웬만큼 주가가 빠지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매력에 ELS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ELS가 과거보다 상환조건을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만든 건 사실이지만 은행 예금처럼 완전히 안전한 상품은 아니다. 5월엔 78건, 6월엔 14건이 이미 만기까지 가면 원금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하한) 구간에 진입했다. 또 원금 손실까지는 아니더라도 주가 하락으로 설정 이후 3~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환되지 못하는 ELS도 계속 늘고 있다. 올 1분기엔 수익을 내고 조기상환한 ELS 규모가 6조267억원으로 만기상환(2조6133억원)된 액수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2분기엔 4조3838억원에 그쳐 1분기에 비해 27%나 급감했다. 손실폭이 워낙 커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도에 수수료를 내고 투자금을 찾아간 중도상환 금액은 3391억원에서 3577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종목형 ELS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종목형 ELS에 가장 많이 편입된 종목은 삼성전자와 LG화학·현대차·LG전자·현대중공업 순이다. 올 2월만 해도 40만원 선을 넘던 LG화학은 6일 31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는 등 주가가 많이 빠져 이를 담은 ELS의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ELS 관련 주가조작 논란도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2009년 8월과 9월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를 기초자산으로 해 동양증권·신영증권·한국투자증권 등에서 발행한 총 250억원 규모의 사모 ELS의 만기가 곧 돌아온다. 만기를 앞두고 관련 ELS를 운용하는 외국계 운용사의 관련 증권사 창구에서 이들 종목을 대거 내다 파는 바람에 주가가 급락, ELS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는 “만기를 앞두고 운용사가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린 것”이라며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외국계 금융회사는 두 회사의 지분을 최근 한 달 새 크게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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