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울산시 중구 성남동. 옷가게와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번화가에서 외국인 10여 명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에는 울산 관광책자와 한국어 회화 책 등이 들려있었다. 카타르에서 온 50대 남자는 서툰 한국말로 “나마스까르에서 환전하는 방법을 묻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마스까르가 뭐냐”는 물음에 40대 미국인 남성이 바로 옆 카레집을 가리키며 “네팔 음식을 파는 식당이자 외국인 도움센터”라고 소개했다. 이 식당 출입문에는 ‘나마스까르’ 간판 외에 한국어와 중국어·영어·네팔어로 쓰인 외국인도움센터 팻말도 걸려있다.
이곳의 주인은 네팔인 차파가인 비노드(35·사진)다. 2004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그는 경북 경주시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 취업했다. 임금이 시간당 2500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 10시간씩 열심히 일했다. 꼬박 5년을 일한 끝에 그는 네팔에서는 거금인 5000여 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이 돈을 밑천으로 그는 2009년 1월 식당 나마스까르를 열었다. 모자라는 돈은 한국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네팔에서 요리사를 하던 친구를 불러 주방을 맡겼다. 네팔·인도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데다 요리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식당엔 손님이 몰려들었다.
몇 달 뒤 외국인도움센터 간판도 내걸었다. “여권을 분실했으나 영어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중동 관광객이 식당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아랍어를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2시간 동안 뛰어다닌 끝에 여권을 찾아줬습니다.” 비노드가 도움센터를 연 계기다.
매일 2~3명의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러 센터를 찾는다. 영어와 아랍어·중국어·한국어·일본어 통역 서비스도 가능하다. 식당 직원과 그의 지인들이 통역 자원봉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2010년 울산지방경찰청 공식 외국인도움센터로 지정됐다. 돈을 모은 그는 2010년 8월 울산시 남구 삼산동에, 올 1월에는 경북 포항시에 분점을 냈다. 식당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된 것이다.
비노드는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차례씩 홀로사는 노인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시락 대접을 한다. 한 달 수입 500만원 가운데 매월 20만~30만원씩을 들여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그는 “잘 먹고 잘 살게 해준 한국에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꼬레아마(한국)’를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5년 뒤에는 고국에 돌아가 고아원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울산=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