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말론 단장, 다저스 몰락의 원흉

중앙일보

입력

[이 글은 지난해 8월 20일에 쓰여진 글입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 LA 타임즈가 다저스 몰락의 주범으로 케빈 말론 단장을 지목하는 강도높은 비난의 기사를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

LA 다저스는 1884년 브루클린 다저스로 출범, 지난해까지 18번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과 6번의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지낸 내셔널리그 최고의 명문구단.

그러나 다저스는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던 88년 이후 단 한차례의 리그 우승도 차지하지 못하는 침체기에 빠져 있다. 특히 FOX 그룹의 루퍼트 머독이 구단을 인수하고, 케빈 말론이 단장으로 취임한 98년부터는 그 몰락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은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 선수구성 면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선장같은 존재. 다음은 18일자(이하 한국시간) LA 타임즈에 실린 기사 중 빌 플레시크 기자가 지적한 말론 단장의 10가지 실수다.

▲ 마이크 소시아 배터리 코치 해임
▲ 포수 찰스 존슨과 토드 헌들리의 트레이드
▲ 찰리 허프 투수 코치의 해임
▲ 중견수 데본 화이트의 영입
▲ 중견수 탐 굿윈의 영입
▲ 이스마일 발데스의 재영입
▲ 에릭 영 방출
▲ 케빈 브라운과의 과도한 계약
▲ 오렐 허샤이저의 선수 기용
▲ 카를로스 페레즈의 영입

케빈 말론 단장은 1980년 다저스에서 데뷔 11년간 다저스의 안방을 책임지는 등, 22년동안 다저스에 몸을 담아왔던 마이크 소시아 코치를 감독감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그러나 소시아 코치는 다저스 내의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었던 인물. 올시즌 애너하임의 감독으로 데뷔한 소시아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지난해 엉망이었던 애너하임의 분위기를 완전히 추스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찰스 존슨(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트레이드는 넌센스(Non-sense) 그 자체였다. 포수는 유격수와 함께 수비력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 말론은 '최고의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를 희생하면서까지 데려온 찰스 존슨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

존슨은 95년부터 4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과 함께 포수로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공격력까지 일취월장, 20일 현재 2할9푼4리 24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존슨의 자리에 토드 헌들리를 넣었다는 것. 헌들리는 97년의 팔꿈치 수술로 뉴욕 메츠 시절 외야수로의 전향을 고려하기도 했던 미래가 불확실한 선수였다.

뉴욕 메츠, 볼티모어와의 3각트레이드에서 다저스는 재기가 불투명한 포수를 위해 찰스 존슨에 로저 시데뇨(현 휴스턴)까지 희생했다.

1번타자와 중견수는 현재 다저스의 가장 큰 골칫거리. 말론 단장은 훌륭한 1번타자였던 에릭 영(현 시카고 컵스)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버리다시피 컵스로 트레이드 시켰다.

게다가 이미 전성기가 지나버린 37세의 데본 화이트에게 다저 스타디움의 중원과 리드 오프의 역할을 맡긴 것도 도박이나 다름 없는 조치였다.

얼마전 말론은 구멍난 중견수겸 1번타자를 위해 콜로라도로부터 탐 굿윈을 데려왔다. 그러나 굿윈은 1번타자가 갖춰야할 제 1요소인 출루율에서 문제를 보이는 선수.

게다가 그를 위해 다저스에서는 보물같이 여겨지는 좌완투수 유망주인 랜디 더램을 넘긴 것은 그의 능력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고 있다.

말론 단장의 또다른 무능력은 선수들과의 계약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99년 초 말론은 루퍼트 머독의 수표책을 들고 케빈 브라운과 7년 1억5백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케빈 브라운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할만한 최고투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당시 34살이었던 그에게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평균 연봉 1,500만 달러와 총액 1억 달러를 준 것은 너무 큰 낭비였다.

특히 당시 이 정도의 돈으로는 10승 투수 2명, 혹은 10승 투수 + 수준급 좌타자의 영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다가, 다저스는 구단주들의 마지노선이었던 1억달러를 가장 먼저 깼다는 대가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저스는 별 쓸모도 없는 카를로스 페레즈(533만 달러), 데본 화이트(400만 달러), 토드 헌들리(612만 달러) 등과의 장기계약을 남발했고, 결국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연봉총액 2위, 평균연봉 1위의 영광스런 자리에 오르게 됐다.

단장으로서 말론의 자질을 더욱 의심스럽게 하는 것은 선수들을 다루는 자세에 있다. 얼마전 말론은 지난해 팀에 맹비난을 가하며 트레이드를 자청했던 이스마일 발데스를 단지 상황이 급하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데려왔다.

또한 영광스런 은퇴를 위해 다저스로 돌아온 오렐 허샤이저를 과대평가, 제5선발의 중책을 맡기더니 탐탁치 못하자 그를 방출하는 중대 실수를 저질렀다. 허샤이저는 팀의 맏형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수였고, 다저스에서 영광스런 은퇴식을 당연히 치뤄줘야 했을 '프랜차이스 플레이어'였다.

올시즌을 끝으로 경질이 유력한 케빈 말론 단장, 그는 단장 한 명이 이처럼 한 개 구단을 완전히 황폐화시킬 수 있다라는 사실을 말해준 채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