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정재성 악몽에서 건진 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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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정재성(등 보이는 선수) 조가 5일(한국시간)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이긴 뒤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승리가 확정된 순간 정재성(30·삼성전기)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이용대(24·삼성전기)는 코트 위에 누워 환호했다. 동메달도 값지다. 이용대와 정재성이 한국 배드민턴에 의미 있는 동메달을 안겼다.

 세계랭킹 1위 이용대-정재성 조는 5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쿠킨키드-탄분헝 조에 세트스코어 2-0(23-21, 21-10)으로 승리했다.

 이용대-정재성 조는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세계랭킹 8위의 쿠킨키드-탄분헝 조를 만나 2-0으로 승리했다. 기량 면에서 월등했다. 재대결 승리 확률은 커 보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이용대-정재성 조는 다소 의기소침한 상황에서 3, 4위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 조에 1-2(21-17, 18-21, 20-22)로 역전패했다. 금메달의 꿈이 사라졌다.

 3, 4위전 1세트 초반 이용대와 정재성의 범실이 이어지며 13-19까지 밀렸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동메달의 간절함’이 코트를 지배했다. 경기 전까지 한국 배드민턴은 런던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금 6·은 7·동 4개를 따낸 효자 종목의 위상이 흔들렸다. 금메달 6개는 한국 올림픽 구기 종목 중 최다 기록이다.

 이용대와 정재성 특유의 호흡이 점수 차를 좁혔다. 정재성의 스매싱과 이용대의 네트 플레이가 동시에 살아났다. 이후 두 번의 세트 포인트에 몰리는 위기를 넘겼고, 22-21에서 정재성이 점프 스매싱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수월했다. 경기 초반부터 ‘더블 스코어’를 유지했고, 21-10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 배드민턴에 런던은 악몽의 땅이 됐다. 여자 복식에서 고의 패배로 승부 조작 논란에 휩싸인 4명이 실격되며 조기 귀국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마지막 순간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메달이 나왔다. 동메달 1개. 한국 배드민턴은 은·동메달을 1개씩 얻는 데 그쳤던 2000년 시드니 대회보다 처지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노 메달 수모’의 걱정을 떨쳐냈다. 이용대는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우승하며 ‘윙크 세리머니’로 한국을 들썩이게 했다. 런던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정재성과 나눈 뜨거운 포옹은 다른 느낌의 진한 여운을 남겼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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