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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런던] 돌아온 152㎝ 여자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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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왼쪽)가 5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다. 프레이저는 자메이카에 첫 메달을 안김과 동시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AP=연합뉴스]

단거리 강국 자메이카의 런던 공습이 시작됐다. 자메이카의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26)는 5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결승에서 10초7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프레이저 프라이스에 이어 카멀리타 지터(32·미국)가 10초78로 2위에 올랐고, 캠벨 브라운(30·자메이카)이 10초81로 3위를 차지했다.

 결승전 7번 레인에 선 프레이저 프라이스의 출발 반응시간은 0.153초. 결선에 나선 8명 중 세 번째였으나 경기 내내 폭발적인 스피드로 경쟁자를 따돌렸다. 결승선 통과 뒤 잠시 숨을 고르며 기록이 나오길 기다리던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자신의 이름이 전광판 가장 꼭대기에 오르자 그대로 트랙에 드러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100m 우승 뒤 약물 파동으로 고통받던 시간이 떠오른 듯 잠시 울먹였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자메이카 국기를 들고 동료 캠벨 브라운과 함께 트랙을 돌며 올림픽 2연패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올림픽 여자 100m 2연패는 게일 디버스(미국·92 바르셀로나, 96 애틀랜타) 이후 16년 만이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부터 금메달만 생각했다. 금메달을 자메이카로 가져가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레이저 프라이스가 유난히 감격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자칫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 2010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옥시코돈이 검출됐다. 치통 때문에 복용한 진통제가 원인이었다. 2년 이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고의성이 없다고 판정돼 출전 정지 처분은 6개월로 낮아졌다. 지난해 1월 복귀한 프레이저 프라이스에게 이번 올림픽은 명예회복의 무대였던 셈이다.

 국제 육상계는 당분간 여자 100m에서 프레이저 프라이스가 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터와 캠벨 브라운 등 경쟁자들은 하락세인 반면 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지난 6월 자메이카 대표 선발전에서 세운 10초70은 개인 최고 기록이자 올 시즌 여자 100m 최고 기록. 역대로도 네 번째로 빠르다. 그의 기록은 2008 베이징 올림픽(10초78),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10초73) 등 매년 빨라지고 있다.

 프레이저 는 키가 1m52㎝(런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단신으로, 짧은 보폭이 약점이다. 하지만 보폭을 더 짧고 빠르게 가져가는 주법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한다. 경쟁자보다 많이 뛰어야 하나 특유의 순발력과 유연성으로 빠른 발놀림이 가능하다. 프레이저 프라이스의 메달은 자메이카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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