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오츠벨과 코끼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오츠벨과 코끼리
미야자와 겐지 지음
한일아동문학연구회 옮김
한상언 그림, 논장, 144쪽, 8500원

1896년에 태어나 37세에 세상을 뜬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심리 묘사 등 현실 감각을 잃지 않아 한층 신선하게 다가온다.

6개 작품이 실린 동화집의 표제작 '오츠벨과 코끼리'는 코끼리의 노동력을 착취하던 농부 오츠벨이 결국 코끼리 친구들의 습격을 받아 죽는다는 내용이다.

벼 탈곡에 흥미를 느낀 코끼리가 슬금슬금 작업장으로 다가오자 오츠벨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함께 지내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코끼리의 앞.뒷발을 쇠사슬로 묶는 데 성공한 후 차츰 욕심이 커진 오츠벨은 코끼리의 노동량은 늘리고 먹이는 줄여나가다가 화를 자초한다. '오츠벨이라는 놈은 참 대단한 놈이다'는 반어(反語)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미야자와의 글쓰기는 익살맞다. 그래서 읽는 맛이 더하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