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환불금이 새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과.오납, 이중납부 등으로 인해 발생한 환불금이 고객들에게 반환되지 않은 채 일선 대리점으로 빼돌려지고 있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신세기통신,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등 이동전화 4사는 지난 2월 통신위원회로부터 이동통신 해지 이용자들에게 반환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보증보험료, 해지유보금, 과.오납 요금 등 환불금이 총 96억4천900만원에 달해 환불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환불되지 않고 있다.

특히 환불되지 않은 돈이 각사의 은행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을 틈타 일선 대리점들이 이 돈을 고객들에게 환불한 것처럼 전산처리를 조작해 빼내가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월 당시 과.오납 미반환 액수가 38억5천만원에 달했으나두달이 지난 4월 현재까지도 38억원 수준에서 줄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역의 한 011 대리점 종업원은 SK텔레콤의 요금 및 전산관리체계가 허술한 점을 악용, 고객들에게 환불한 것처럼 전산처리를 조작해 수억원을 빼돌리다 최근 SK텔레콤의 자체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일선 대리점업계에서는 본사가 눈치채지 않도록 조금씩 환불금을 빼돌리는 수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몇몇 대리점들은 종업원들의 회식비조로 환불금을 빼내 쓰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환불금이 줄지 않는 것은 환불대상 고객들의 거주지가 불분명해 환불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행정자치부에 행정전산망을 통해 거주지 확인요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선 대리점이 손쉽게 환불금을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이 가까운 대리점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전산망을 일선 대리점에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최대 이동전화 회사의 요금 및 전산체계가 허술한 상황에서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통신위 조사에서 SK텔레콤의 경우 해지이용자에 대한 보증보험료미반환 액수가 32억3천900만원, 과.오납 요금 미반환이 38억5천만원(40만9천1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세기통신은 보증보험료 미반환 8억3천600만원, 과.오납 미반환이 9억6천100만원이며 한통프리텔은 과.오납 요금 미반환 3억3천100만원, 한통엠닷컴은 해지유보금 미반환이 4억3천2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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