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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뭔가 특별한 영화들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제 2회 전주국제영화제(http://www.jiff.or.kr)가 오는 27일 개막한다.임순례 감독의 신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개막작으로 다음달 3일까지 열릴 이번 축제는 일반인들이 영화를 보는 안목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2백10여편의 상영작 가운데 평소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실험성 강한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상업영화의 빈틈을 채우는 대안영화제를 표방하는 전주영화제의 특성이다.대중성이란 측면에선 떨어질 수 있으나 영화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때문에 영화제 홈페이지를 자세히 검토해 자기만의 시간표를 짜는 게 필수다.올 전주영화제를 즐기는 방법을 간추려 본다.

◇ 부담이 적은 작품들〓최근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을 모은 '시네마 스케이프' 가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다.

올 베를린 영화제에서 각각 은곰상과 감독상을 받은 중국 영화 '북경 자전거' 와 대만 영화 '아름다운 빈랑나무' 가 우리 정서에 가깝다. 전자가 도농 갈등이 심각했던 한국의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면, 후자는 도시의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 김성수 감독의 '비트' 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디지털 영화를 모은 'N비전' 에도 출품된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 도 국제 영화제의 단골 메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에 올랐으나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 에 밀렸다. 처음부터 긴박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이 펼쳐진다.

캐나다판 '여고괴담' 에 해당하는 '진저 스냅스' 는 남성이 주로 등장하는 흔한 공포영화와 달리 여고생 두 명을 내세운 게 색다르다.


◇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전주영화제의 '등록상표' 인 디지털 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저예산형 영화,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난 작품을 지향하지만 기존 영화를 전복할 만한 파괴력은 갖추지 못했다. 'N비전' 은 그 변화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아르헨티나 감독인 호세 마크메스의 '퍽랜드' 는 95년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등이 주창한 도그마 선언에 충실한 작품. 일체의 인공 조명과 세트를 거부하고 포클랜드 분쟁 당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주민들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미국 독립영화의 맹장인 토드 버로의 '언제나 변함 없는 여왕' 은 거친 화면에 펑크 록커의 절망을 담아내며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비쳤다. 미래의 성문제를 다룬 일본영화 'I.K.U.' 는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프랑스 영화 '로망스' 의 표현 수위를 능가한다는 평이다.

전주영화제의 야심작인 '디지털 삼인삼색전' (대만의 차이밍량, 영국의 존 아캄프라, 중국의 지아장커) 도 빼놓을 수 없다.

◇ 색다른 아시아 영화〓올 전주영화제의 '아시아 영화포럼' 엔 뛰어난 작품이 드물다는 게 최민 위원장의 솔직한 고백. 서동진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는 "대신 재미는 덜하지만 중국.일본 외의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스리랑카 영화 '이것은 나의 달' 은 타밀 분쟁지역을 배경으로 인간의 탐욕과 증오를 생생하게 처리했고, 태국 영화 '정오의 낯선 이름' 은 장애인 소년과 그의 가정교사를 통해 태국 하층민의 일상을 세밀하게 낚아챘다는 것이다.

◇ 메인 프로그램은 포기〓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메인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접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영화를 골라 보는 것도 지혜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가 그중 하나. 지난해 애니메이션에 이어 올해엔 다큐멘터리를 특화했다. 사진.실사촬영.애니메이션.포스터 등을 총동원하며 한 공산주의자의 부침을 그린 중국 영화 '천안문 광장의 태양' 이 관심을 끈다.

이밖에 프랑스 6.8혁명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영화로 돌아보는 '포스트 6.8' ,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회고전, 심야 관객을 위한 미드나잇 스페셜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영화제 기간에 함께 열리는 전주대사습놀이(5월 2, 3일) , 전주 난장(30일~5월 6일) 도 영화 관람의 긴장을 푸는 데 제격이다.

■ 예매 ·숙박은…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예매가 필수다. 상영 횟수가 많지 않아 인기 있는 작품은 일찍 자리가 찬다. 전주영화제는 지난 14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홈페이지(http://www.ticketpark.com)에서 예매하고 있다. 전화 신청(1588-1555) 도 가능하다. 지정 예매처를 통해도 되지만 인터넷과 전화쪽이 시간절약측면에서 유리하다. 관람료는 개.폐막작 8천원, 미드나잇 스페셜 1만원, 일반작 4천원이다.

전주에 연고가 없다면 민박 서비스(063-255-3800) 가 편리하다. 하루 숙박료 3만원, 한끼 식사료 5천원이다. 보다 저렴하게 묵으려면 전북 공무원교육원을 이용하면 좋다. 4~5인 1실로 하루 1백2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요금은 1박에 3천원. 단 20일까지 예약(063-255-3801, 3803) 해야 한다.

상영관 여덟 곳은 전주역에서 15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모여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또 전주 시내에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15분 단위로 행사장 일대를 무료로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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