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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잦아지는데 … 날씨보험 상품은 걸음마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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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홍모(47)씨는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 태풍 피해를 봤다. 2만8000여㎡의 배밭에서 절반이 넘는 배가 떨어졌지만 홍씨는 큰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았다. 홍씨는 “연초에 가입해 둔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5300여만원을 보상받았다”며 “덕분에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 저온과 우박, 태풍에 가뭄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날씨로 인한 피해를 줄여주는 금융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자연 재해로 농작물 수확이 줄면 손해를 보상해준다. 2001년 첫선을 보인 이후 가입 농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액은 1110억원. 2006년(576억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NH손해보험 김은영 차장은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지원해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최근 기후 이변이 많아지면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농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이 외에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풍수해 보험, 날씨 때문에 스포츠행사나 야유회 등이 취소됐을 때 받는 행사취소보험 등도 대표적인 날씨 보험이다.

 하지만 날씨 관련 파생상품이 인기를 끄는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날씨 상품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감독 당국의 규제와 산업계의 인식 부족이 주원인이다. 대표적인 게 ‘지수형 날씨 보험’이다. 기온이나 일조량, 강우량 등이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액의 보험금을 내주는 상품이다. 패션이나 빙과류 등 날씨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다양한 산업에 적합하다. 예컨대 빙과류 업체라면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일 때는 일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이 날씨 연계형 보험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가입 업체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보험연구원 조재린 연구원은 “명확한 피해 없이 보험금을 지급했다간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감독 당국의 규제로 관련 상품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며 “산업계가 날씨로 인한 피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선 지수형 날씨 보험과 선물·옵션 등 날씨 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팀장은 “한국은 날씨 변동성이 심해 지수형 날씨보험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마다 맞춤형 보험을 설계하면 날씨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산업계와 보험업계의 윈윈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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