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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물류 아웃소싱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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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바탕에 코카콜라 로고를 새기고 서울거리를 누비는 트럭들이 대부분은 코카콜라 차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트럭들은 서울 은평구 소재 중소 물류업체 한국통운의 차량이다.

이 회사는 코카콜라를 만드는 코카콜라보틀링과 향후 5년간 운송계약을 하고 지난해 5월부터 14t 화물차 75대를 투입, 경기도 여주의 콜라 공장에서 서울 서대문 등 각 산하공장과 영업소.물류센터.외식업체.유통업체 등으로 제품을 배달하고 있다.

월 매출은 수억원대로 한국통운 전체 매출의 40% 정도에 이르는 금액이다. 코카콜라로서도 물류부문을 외부에 맡기면서 연간 2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제조업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물류를 이처럼 외부 운송전문업체에 맡기는 '제3자 물류' (3PL:Third Party Logistics)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외부위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일종의 물류 아웃소싱인 제3자 물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비즈니스다. 단순한 제품운송 대행뿐 아니라 창고관리에서.물류 프로세서 진단 등 취급범위나 덩치가 워낙 커 택배사업보다 매출이나 수익성 면에서 훨씬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 운송업체들 3자물류 시장쟁탈전〓회사매출의 50%를 택배사업에서 올리고 있는 현대택배는 올해부터 제3자 물류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현재는 대한제당 등 대형 업체 10개사의 물류를 대신 맡아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정도. 하지만 내년까지는 제3자 물류의 매출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택배가 노리는 가장 큰 고객이다. 울산조선소 내 대형 조립모듈이나 기자재 등을 옮기는 일이 많은 현대중공업은 연간 물류비용이 1조원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중 20%(2천억원)만 맡더라도 연간 매출 3천6백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택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나사.공구 등 80개 협력업체가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월 2천만원 가량의 각종 자재수송을 맡고 있다.

현대택배 최하경 사장은 "제3자 물류는 앞으로 택배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업이 될 것" 이라며 "올해를 3자 물류사업 원년으로 삼아 강력히 추진해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도 현재 한국유리.효성 등 8개 업체와 물류계약을 해 연간 3백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원자재 수입.하역.운송.재고관리 및 제품의 재고관리.해외배송까지 맡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제3자 물류로 7백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한진도 한국카프로락탐㈜ 등 6개 업체와 물류계약을 하고 연간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택배를 제외한 육상운송사업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이다.

◇ 장애물도 많아〓제3자 물류가 활성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운송에서부터 창고관리.물류컨설팅 등 물류 전부문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아직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단순 하역.운송을 제외한 모든 물류를 직접 해결하는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물류와 관계된 내부조직의 반발도 문제지만 물류를 외부에 맡겼다가 자칫 기업비밀이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 라고 말했다.

한진물류연구원의 박영재 박사는 "기업환경이 투명해지고 있는 데다 전사적 자원관리(ERP).공급연쇄관리(SCM) 등을 통해 거래기업간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며 "정보누출을 걱정해 물류 아웃소싱을 꺼려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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