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능력 키워주는 보드게임 까롬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에 2000년에 들어온 까롬은 다양한 세계대회가 열리는 국제적인 게임이다. 어린이 까롬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까롬게임을 즐기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영재학습박람회’에 낯선 게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한 ‘까롬’이라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알까기와 포켓볼의 중간 형태다. 까룸과 관련해 까롬월드컵·세계까롬선수권대회·Eurocup 등 다양한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2000년 국제까롬연맹에 가입했다.

한국까롬연맹이 영재학습박람회에 마련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했다. 참가자들은 처음 해보는 게임에 조금 어색해 했지만 이내 능숙하게 스트라이커를 날려 자신의 까롬멘을 골인시켰다. 까롬보드(90cm×90cm)와 백색·검은색의 까롬멘, 퀸이라 불리는 빨간색 까롬멘, 스트라이커로 게임이 구성된다. 2인 혹은 4인이 할 수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백색과 검은색 까롬멘 각 9개와 퀸 1개를 올려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처음 공격하는 사람은 백색의 까롬멘을, 상대편은 검은색 까롬멘을 넣으면 된다. 게임보드 앞쪽에 공격지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스트라이커의 위치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스트라이커는 포켓볼 큐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손가락의 힘을 잘 조절해 스트라이커를 때리면 된다. 공격 기회는 한 번씩 교대로 진행된다. 까롬멘을 골인시키면 계속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상대방과 공격 위치를 바꿔야한다. 까롬멘은 Y자 형태로 정렬하는데 정중앙을 스트라이커로 때리면 각 모서리에 배치된 백색 까롬멘이 구멍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처음 공격하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벌칙도 있다. 게임 중 실수로 스트라이커가 구멍에 들어가면 이전에 넣었던 까롬멘 하나를 꺼내놓아야 한다. 상대방 까롬멘을 넣으면 상대방 득점으로 인정되고 공격 기회도 넘어간다. 자신의 까롬멘을 모두 넣으면 승리한다. 점수는 상대방 까롬멘의 남은 수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 까롬멘이 3개 남았다면 자신은 3점이 된다. 까롬멘 하나당 1점이다. 퀸을 넣어 이겼다면 3점이 추가된다. 국제대회는 이런 방식으로 25점을 먼저 얻으면 승리한다. 취미로 즐기는 일반 게임은 15점 내기다.

20여 학교서 방과후 수업과정으로 채택

한국까롬연맹 배도헌 사무국장은 “단순한 게임 같지만 게임 규칙에 과학적·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까롬보드 위에는 화살표가 대각선으로 표시돼 있다. 공격을 할 때 몸이 화살표를 넘어서는 안 되고, 공격시간도 15초로 제한된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이용해 상대보다 더 많은 까롬멘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판단력과 수학적 사고력을 자연스레 키울 수 있는 이유다. 배 국장은 “까롬의 공격은 손가락으로 이뤄지지만 이를 이용한 공격기술은 30여 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상대방 까롬멘이 공격 방향에 있다면 스트라이커를 여러각도로 때려 공격 방향을 다양화한다.

현재 까롬은 소수의 동호인들이 취미로 활동중이다.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아 체육수업의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0여 개 학교에 방과 후 수업 과정으로도 채택됐다. 광양중마고 정기채 교사는 “까롬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라며 “까롬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까롬게임은 한국까롬연맹(www.carrom.co.kr)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까롬클럽(cafe.naver.com/carrom)을 통해 게임방법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한국까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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