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앨리스 -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 깊이 읽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앨리스 -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 깊이 읽기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최인자 옮김
북폴리오, 432쪽, 2만3000원

영화 '매트릭스'의 오프닝. 주인공 네오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뜬다.

"Follow the white rabbit(흰 토끼를 좇아라)."

마침 네오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주문한 일당이 방문을 두드리고, 그들 중 한 여성의 팔등에 흰 토끼 문신이 그려져 있다. 네오는 그녀를, 아니 흰 토끼를 따라나선다.

영화 '매트릭스'의 도입부는 앨리스가 "아이쿠, 늦었네"를 연발하는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다다르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그대로 따왔다.

1865년에 태어난 앨리스가 현대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은 비단 '매트릭스' 뿐만이 아니다. 책이 소개한 몇 가지 다른 예를 보자. 머리만 겨우 들어가는 구멍에 맞춰 앨리스가 자꾸 작아지는 장면은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아 아 불쌍한 앨리스'라는 어구를 공개 차용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팽창론을 설명하기 위해 앨리스의 성장을 인용했고, 까마귀와 책상의 공통점을 묻는 수수께끼는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1928년 '까마귀와 책상'이란 글을 발표하게 했다.

이 책은 두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상징을 샅샅이 파헤쳤다. 1960년 첫 발간됐는데 이번에 번역된 책은 2000년 보완판이다. 흥미로운 건 원작자 루이스 캐럴이나 주석을 단 마틴 가드너 모두 수학에 능통했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퍼즐 게임을 푸는 느낌이 든 건 이 때문이리라.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