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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절자 김영환, 공화국 암해 책동 … 처단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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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환

북한이 중국에 구금됐다가 돌아온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를 처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김씨를 ‘추악한 변절자’로 비난하고, “특대형 테러 주모자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납치·테러·모략에 날뛰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전 괴뢰통일교육원장 조명철(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처단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은 또 “최근 체포된 월남도주자 전영철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괴뢰 패당의 우리 주민들에 대한 유인, 납치와 특대형 정치테러 행위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괴뢰 패당이 반공화국 파괴 암해책동에 얼마나 매달리고 있는지는 최근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 남조선으로 강제 추방된 민족반역자 김영환의 범행에서도 확인됐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 최고존엄을 겨냥한 특대형 국가 정치테러 범죄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책임 있는 주모자들을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왼쪽)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환담을 나누기 전 악수하고 있다. 멍젠주 부장은 이날 하루 동안 김 장관 외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권재진 법무부장 김영환 관을 예방하고 원세훈 국정원장, 한상대 검찰총장, 김기용 경찰청장과 면담했다. [공동사진취재단]

 특대형 테러란 김일성·김정일의 동상과 기념비를 파괴하는 것을 가리킨다. 조평통은 지난달 16일 “월남도주자(탈북자)를 비롯한 반역자들이 미국과 괴뢰(한국) 정보기관의 지령을 받고 침투했다가 체포됐다”고 처음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조 의원 등은 이미 북한의 테러 위협이 있어 신변 경호가 이뤄져왔다”며 “김 씨를 북한이 처단 대상 운운하며 위협하고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인권 활동을 벌이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114일 동안 구금됐다가 지난달 20일 추방 형식으로 귀국했다. 특히 그의 활동을 둘러싸고 고위층 인사 탈북 지원이나 북한 민주화 활동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중국 공안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북·중 정보협력 채널을 통해 북측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 발표는 이명수 북한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이 지난달 24~28일 방중 직후 나왔다.

 김씨는 1986년 ‘강철서신’이란 유인물을 통해 국내에 주체사상을 본격적으로 퍼트린 ‘주사파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노동당에 입당한 뒤 91년 북한 잠수정으로 밀입북해 김일성과 직접 만났다. 하지만 주체사상과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99년 전향했으며 이후 북한 민주화 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20년 만에 김일성을 친견(親見)한 ‘주사파 핵심’에서 ‘처단 대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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