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폰에서 첨단 스마트폰까지

중앙일보

입력

# 1984년 4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철우(54)사장은 최근 국내 첫 이동전화 서비스인 카폰을 자신의 승용차에 달았다. 가격은 무려 3백19만5천원. 길이는 20㎝. 대영전기가 모토로라와 합작해 조립한 제품이다.

통화도 자주 끊기고 잘 들리지 않을 때도 많지만 김사장은 만족스러워 한다. 그는 "정보기관이나 청와대 사람만 이용하는 줄 알았던 ''움직이는 사무실'' 이 내 차 안에도 갖춰질 줄은 몰랐다" 고 말했다.

# 1988년 10월

회사원 정원근(42)씨. 영업을 하는 터라 큰맘 먹고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휴대폰을 구입했다.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는 국내서 만든 첫 제품인 이 모델은 무게가 7백g이나 나간다. 하지만 정씨와 함께 이런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휴대폰 고객 7백여명은 만인의 부러움을 사며 특권층 대접을 받는다.

# 1997년 8월

대학생 권민철(22)씨는 유행하는 음성다이얼 기능의 휴대폰을 샀다. 휴대폰을 들고 ''하숙집'' 을 외치자 하숙집 아줌마와 자동으로 연결됐다. 진동기능이 내장돼 있어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을 땐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바꿔놓는다. "휴대폰으로 전화만 하는 게 아니다. 전자계산기도 들어있다" 고 권씨는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곤 한다.

# 2001년 6월

생일날 엄마를 졸라 최신 CDMA2000-1X(2.5세대)컬러LCD 휴대폰으로 업그레이드한 고등학생 최영미(16)양. 친구 전화번호와 함께 그 친구의 모습을 닮은 ''아바타'' 를 저장해 놓는다. 이전의 휴대폰보다 2배나 빨라진 속도로 친구에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생일카드를 휴대폰으로 보내기도 한다. "컬러가 되니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훨씬 많아요. " 최양은 10만원이 더 비싼 단말기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표정이다.

# 2003년 10월

주부 박원순(36)씨. 곗날모임에 나왔다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증권 컬러그래프를 검색해 보고는 매수주문을 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숙제를 하고 있는지를 휴대폰 화면을 통해 검사했다. 백화점 근처를 지나치자 ''박원순님, 오늘 백화점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30%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휴대폰에 떴다. 박씨는 "편리한 점도 있지만 귀찮기도 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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