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IC 주가조작 삼성전현직 직원 개입 드러날 듯

중앙일보

입력

삼성언론재단 자금담당 직원이 이 재단의 공금을 빼내 코스닥 등록법인인 IHIC(구 신안화섬)의 주가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포착돼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IHIC는 e-삼성 인터넷 사업팀 팀장 출신인 이성주씨가 주축이 된 e-삼성출신들이 구 신안화섬을 인수후개발(A&D) 종목으로 키위기 위해 인수한 회사이다.

삼성언론재단의 200억원 기금을 운용하는 자금담당 정 모과장이 40억원대에 이르는 자금을 유용, IHIC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협회= 신안화섬 주가조작을 처음 포착한 것은 증권업협회 감시팀이다.

IHIC 시세조종에 관련된 금액은 약 20억원대에 달하고 있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감원과 증협의 추정이다.

시세조종에 동원 된 자금은 정 씨가 자신이 관리하는 삼성언론재단의 기금을 횡령한 것으로 재단측은 밝혔다.

증권업협회 조사국은 이미 "이미 지난 6개월전에 IHIC(신안화섬)의 주가조작과 련된 혐의를 포착, 모든 관련자료를 감독 및 조사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증협이 지난해 11월 중순 신안화섬(IHIC)의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 금감원에 통보한 사람은 삼성언론재단 정모과장을 포함한 10명의 계좌인 것으로 밝혀졌다.

증협 성인모 팀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IHIC의 주가조작 혐의가 있다고 판단, 이를 금융감독원에 이첩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IHIC의 주가가 이상급등 현상을 보인다고 판단한 주가감시팀이 지난해 10월 감리팀으로 이를 알려왔고 이를 확인해 본 결과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 감독원에 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성 팀장은 "당시 IHIC의 경우 유통주식수가 적고 몇몇 혐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시세나 거래량, 호가 등에서 과점 및 불공정행위가 있는 사실이 적발됐다"고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감독원에 계좌를 통보한 사람은 정 모씨를 포함한 10여명"이며 "감독원에 이를 통보한 만큼 당연히 감독원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언론재단= 재단관계자는 자금담당 정모 과장이 횡령한 자금은 지금까지 조사결과 수십억원으로 드러났으며 이 자금의 일부는 7억원 상당의 빌라구입(서울시 성북동) 등 부동산 구입에 쓰여졌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공금 횡령사실을 눈치챈 재단측의 고발로 지난 3일 검찰에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정씨는 또 자신의 처남이 소속된 모 창투사에 3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측은 이같은 사건이 공개되자 삼성언론재단 소속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정모과장의 자금이 IHIC 소속 직원에 대출됐으며 IHIC주가조작에 쓰였다며 애써 삼성과의 연루 의혹을 차단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IHIC=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e-삼성 등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던이성주(현 IHIC대표)씨가 인수한 뒤 `인수후 개발(A&D)' 재료가 확산되면서 주가가급등, 액면가 5천원짜리가 1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유통물량이 9만7천주였기 때문에 매매당사자들이 지분을 내놓지 않는 한 주가는 얼마든지 뛸 수 있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이후 액면가 5천원짜리를 500뭔으로 액면분할됐다.

지난해 10월초 1만6천원(액면가 500원)이던 것이 11월10일에는 12만5천원까지올라 관심을 모았었다.

이때 신안화섬은 특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프리첼, 코스메틱랜드 등을 인수한다고 발표해 공시요구를 받았지만 이후 각각의 회사들과 협상이 불발, 올해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는 등 주식시장의 요의주 회사로 떠올랐다.

이에대해 IHIC의 한 관계자는 "삼성언론재단 직원의 주가조작 사실은 회사와는전혀 무관할 일이며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까 우려된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된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오기전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현 이성주 IHIC대표가 신안화섬을 인수하며 인수후개발을 표방했을때부터 세간의 의혹은 IHIC가 삼성그룹의 인터넷관련 위장계열사가 아니냐하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성주 대표는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삼성쪽으로부터 어떠한 자금지원도 없었다"고 수차례 해명한바 있다.

IHIC쪽은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것이 인터넷비즈니스를 하는데 오히려 장애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연말 IHIC가 장외기업인 프리첼과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던것도 삼성물산 출신인 프리첼 사장이 삼성그룹측으로부터 계약불발과 관련한 모종의압력을 받지 않았냐하는 의혹도 있었다.

그동안 이러한 IHIC와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속에서 이번 삼성언론재단 소속 과장의 주가조작사건이 불거졌다.

그러나 IHIC 관계자는 "이 자금은 소속 직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으며 그 금액도 삼성측의 주장과 달리 5억원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IHIC직원이 관련됐다면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소환 내지 구속됐을 것이나 현재 정상적으로 근무중에 있다"고밝혔다.

◆ 금감원= 한편 금감원은 IHIC의 제3자 형태 특수관계인들 지분 분산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HIC(구 신안화섬)는 현금유동성 확보라는 명목 아래 지난 1월 보유하고 있는 지분 52.29% 중 24.59%를 장외거래를 통해 개인들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지분업무팀 관계자는 "IHIC는 지난 1월8일 주식을 10분의 1로 액면분할한 후 같은 달 19일과 22일에 지분 24.59%를 개인들에게 장외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IHIC는 액면 분할후 지분 52.29%(47만650주)중 22.52%(22만5천주)는 지난 1월19일 R씨에게 장외거래로 지분을 매각 했고 같은달 22일에는 L씨와 K씨에게 각각 1.16%(1만1천650주), 0.9%(9천주)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IHIC는 27.70%의 지분만을 보유하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IHIC가 장외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각한 개인들이 IHIC와 특수관계인은 아니지만 특수관계인과의 측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타워텍.IHIC 선정은 누가했나= 대표적인 A&D로 부각됐다 주가조작으로 추락한 리타워텍과 현재 주가조작설로 파문이 일고 있는 IHIC 등은 모두 한 투자회사에서 A&D 상품으로 추천한 회사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R투자회사로 알려진 이 회사가 리타워텍과 IHIC를 소개했지만 이 회사 모두 주가조작 파문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서는 이 R투자회사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향후전망= IHIC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금감원과 검찰에게 맡겨졌다.

지난해 11월에 통보된 내용이 4개월간의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그러나 16일 증시에서는 주가조작 혐의가 뚜렷하고 유통주식수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4개월씩이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신속히 조사결과가 발표돼야 한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증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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