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또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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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땅콩 검객’ 남현희(31)가 ‘1초’를 견디지 못해 숙적 발렌티나 베잘리(38·이탈리아)에게 또 무릎을 꿇었다.

 남현희는 29일(한국시간) 새벽 런던 엑셀경기장에서 끝난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3, 4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베잘리에게 12-13으로 패했다. 3라운드에서 4점 차까지 앞섰지만 종료 1초를 남겨놓고 통한의 동점을 허용했다. 1초만 더 버텼더라면 남현희는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도 남현희는 종료 4초를 남겨놓고 베잘리에게 5-6으로 역전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2라운드까지 4-6으로 뒤진 남현희는 3라운드 시작과 함께 연속 6포인트를 따냈다. 한 템포 빠른 공격과 상대 품을 파고드는 과감한 대시로 점수를 따냈다. 종료 21초를 남겨놓고 12-8로 앞섰다. 설욕과 함께 동메달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올림픽 3연패를 이룬 베잘리는 만만치 않았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5개(개인전 3개, 단체전 2개)를 따낸 베잘리는 종료 12초 전부터 4점을 몰아 따냈다. 종료 5초 전 11점째를, 종료 1초 전 동점 점수인 12점을 얻었다. 1분 연장전에서 남현희는 13초를 남겨놓고 전진 찌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베잘리의 검 끝이 좀 더 빨랐다. 베잘리가 개인 통산 아홉 번째 올림픽 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남현희는 고개를 떨궜다.

 남현희의 키는 1m55㎝다. 키가 작아 리치가 짧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스피드 훈련을 했다. 그는 왼쪽 골반뼈가 오른쪽보다 두 배가량 두껍다. 왼손잡이인 그가 늘 왼발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로 훈련하기 때문이다. 골반뼈 통증을 참으며 4년을 준비해온 남현희는 또 한번 숙적을 넘지 못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편 남현희는 4강전에서 엘리사 디 프란치스카(이탈리아)에게 10-1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 4위전과 판박이였다. 남현희는 디 프란치스카에게 3라운드 종료 46초 전까지 10-7로 앞섰지만 이후 연속 3실점한 뒤 연장전에서 10-11로 패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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