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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와 근대 올림픽의 차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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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29면

폴 매카트니가 27일 개막식에서 부른 ‘헤이 주드’를 축가 삼아 런던 올림픽이 시작됐다. 30번째 근대올림픽이다. 그렇다면 고대올림픽과 근대올림픽은 무엇이 다른가.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기원전 776년에 시작돼 기원후 394년에 없어진 고대올림픽은 스포츠 행사라기보다 종교 제전에 가까웠다. 도시국가 엘리스의 성소(聖所) 올림피아에 모인 선수들은 12m 높이의 위압적인 제우스신 석상 아래에서 경기를 치렀다. 고대올림픽이 사라진 이유도 종교 때문이다. 그리스를 지배했던 로마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이교 행사인 올림픽을 폐지했다. 근대올림픽은 종교색이 지나칠 정도로 없다. 이슬람 단식월인 라마단 기간 중 대회를 열고 있으니 말이다.

고대올림픽 주관도시인 엘리스는 개막 전 3명의 사자를 도시국가들에 보내 행사 기간 중 전쟁을 중지하고 재판은 연기하며 사형은 미루도록 요청했다. 부정을 타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대올림픽은 전쟁을 중지시키긴커녕 포화에 밀려 행사조차 취소되거나 반쪽이 되기 일쑤다.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웃고 왁자지껄하며 입장한 시리아는 지금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간인을 대량학살하고 있지 않은가. 고대 군사강국인 스파르타가 전쟁금지 관례를 어겨 벌금과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벌금은 어영부영 내지 않고 넘어갔다. 힘과 이익이 좌우하는 국제정치의 현실은 시대를 초월하나 보다.

고대올림픽 기간 중 전쟁은 중지해도 정쟁을 자제했다는 기록이 없다. 외려 올림픽은 국내와 국제 정치의 대결장 격이었다.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관련 정치인의 위상과 인기가 단박에 오르내리는 것은 요즘과 다르지 않았다. 서로 맞붙었다가 진 도시는 이긴 도시에 한참 동안 목소리가 낮아졌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얼마 전 유로 2012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패배한 독일에 한때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근대올림픽에선 국적을 바꿔 뛰는 경우가 왕왕 있어 세부 규정까지 마련됐다. 이런 일은 사실 고대올림픽에서도 있었다. 소타데스라는 장거리 경주 선수는 출신 도시인 크레타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했으나 다음 경기에선 다른 도시국가 에페스에서 거액을 받곤 국적을 바꿔 나왔다. 그래도 종교행사이니만큼 고대올림픽에선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했을 것이라고? 그럼 올림포스에 반칙 선수들의 벌금을 모아두는 자네스라는 돌 상자는 왜 만들었을까? 고대엔 심판이나 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근대올림픽에선 금지약물 복용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근대올림픽을 제안한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고대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의 제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고대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는 상금과 격려금으로 평생 먹을 재산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올림픽 우승자가 인기스타가 되어 연애·결혼·정치 등에서 가산점을 얻는 것은 덤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엄격한 아마추어리즘을 내걸었던 근대올림픽도 현실을 감안해 축구 등 일부 종목에선 프로선수의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현재 아마추어 선수들이 돈과 거리가 먼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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