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 "그린피 인상 해도 너무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한 영업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그린피 인상이 불가피하다. " "골프 대중화를 외치면서 그린피를 15만원 이상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수도권 10여개 골프장들이 최근 그린피와 캐디피를 인상, 골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강남300 골프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주말 비회원 그린피를 13만5천원에서 16만원으로, 주중에는 11만원에서 12만5천원으로 인상했다.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도 지난 1일부터 13만5천원이던 주말 비회원 그린피를 15만원으로, 평일은 11만2천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렸다.

골프장 사업자단체인 한국골프장사업협회는 '그린피는 각사의 자율적 사항' 이라며 방임하는 태도다. 그러나 협회 한달삼 회장이 대표인 김포골프장이 지난해 10월 비회원의 주말 그린피를 14만원으로 올리고 난 뒤 최근 수도권 골프장들이 인상 '기지개' 를 켜고 있다.

골프장측이 그린피를 올리는 이유는 지난 겨울 눈이 자주 내리는 바람에 내장객이 엄청나게 줄어 그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가 11일 발표한 전국 1백14개 회원사 골프장의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내장객은 1백21만5천4백8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백51만3천2백34명보다 29만7천7백47명(19.7%) 줄었다.

내장객 감소는 특히 중부 이북지역이 두드러져 1, 2월중 입장객이 전년보다 70% 격감했으며 이로 인해 골프장들은 약 8백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캐디피도 올랐다. 일동레이크와 신안.레이크힐스.썬힐.아시아나.신원골프장 등이 캐디피(한팀 기준)를 1만원 이상 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주말에 라운드하려는 비회원은 1인당 20만원이 넘는 돈이 들게 됐다.

골퍼들은 "기상 이변으로 입은 손실을 내장객에게 그대로 전가하려는 것은 잘못" 이라며 "내장객이 많이 늘었을 때 그린피를 내린 적이 있느냐" 고 입을 모은다.

골프를 20년째 친다는 한 골퍼는 "그린피를 안올린 곳도 많다. 코스 상태도 나쁘고 서비스 질도 떨어지면서 그린피를 올리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점을 악용하는 처사"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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