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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돌려차기 한 방이면 4점 1초 승부 … 재미있어진 태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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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장면 1=사뿐사뿐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기를 한다. 서로를 노려보지만 누구도 먼저 공격을 하진 않는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된다. 보다 못한 심판이 주의를 준다. 심판에게 고개를 숙인 뒤 두 선수는 또 제자리뛰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 장면 2=오랜 침묵을 깨고 한 선수가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상대의 옆구리를 건드렸지만 강도는 약했다. 그러나 이 선수는 환호성을 내뱉었다. 심판도 점수를 인정했다. 애매한 발차기 한 방에 무너진 선수는 판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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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권도는 박진감이 없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의미 없는 발차기 준비 동작을 반복하다가, 어쩌다 나온 발차기에 석연찮은 판정까지 더해진다.

 이렇다 보니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질 것이라는 위기설이 등장했다. 근거는 충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9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핵심 종목을 결정한다. 현재 26개 종목에서 1개를 줄이기로 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태권도는 변화를 택했다. 런던올림픽이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판정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전자호구는 일반호구와 동일하게 생겼지만 센서가 내장돼 있다. 선수들이 신은 전자 발보호대가 전자호구에 닿고, 일정 강도 이상이 되면 득점이 인정된다.

 성패는 전자호구의 안정성에 달렸다. 전자호구는 2009년에 도입됐지만, 올림픽에서는 이번에 처음 사용된다. 무선장치이다 보니 경기장 내 관중의 휴대전화나 기기의 전파방해로 인한 오작동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는 “실제 경기가 열리는 엑셀 경기장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경기장 크기(8×8m)도 베이징 올림픽(10×10m)보다 작아진다. 경기장에 6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판독 화면을 관중에게까지 공개하는 비디오 판독제도 추가됐다.

 점수도 공격에 따라 다양화했다. 베이징에서는 몸통공격 1점, 얼굴공격에 2점이 주어졌다. 반면 런던에서는 몸통에 대한 회전공격 2점, 얼굴에 대한 회전공격 4점이 새롭게 생겼다. 얼굴 공격도 3점으로 배점이 높아졌다. 얼굴 공격의 경우 강도와 상관없이 접촉만으로도 인정된다. 0-3으로 지고 있다가 1초를 남기고 역전승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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