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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 스마트폰 전문가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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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의 KT 대리점 사원 이혜진(40·왼쪽)씨가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씨는 스마트폰 전문가 인증을 따내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보수 외에 KT에서 2년간 매월 100만원씩 특별 지원금을 더 받는다. [사진 KT]

성남 신흥동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이혜진(40)씨는 요즘 ‘딴 주머니’를 불리는 재미에 산다. 받는 월급과는 별도로 펀드 계좌에 매월 100만원씩 적립한 것이 벌써 1년이 넘었다. 1년 뒤 3000만원에 가까운 목돈을 손에 쥐게 된다. 열네 살과 세 살 두 아이에게 뭘 해 줄까 벌써 설렌다.

 이씨의 주머니를 채워 주는 곳은 KT다. 이씨는 최신 통신기술과 스마트폰·요금제 교육을 받아 한국생산성본부의 시험을 통과한 ‘1급 스마트폰 천재’다. 2년 전 KT 대리점 업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폰’이라는 이름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6개월마다 2~3주씩 새벽에 일어나 칭얼대는 막내를 안고 휴대전화 시험 공부를 한 결과 이제 인근 아파트 부녀회장이 “우리 같은 아줌마인데도 스마트폰 박사다”며 입소문을 내는 동네의 유명 인사가 됐다.

 이씨는 KT의 지난해 3월 시작한 스마트폰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스마트 지니어스’의 1기 수료생이다. KT가 대리점·직영점 직원을 3개월마다 모아 1박2일간 롱텀에볼루션(LTE)폰 같은 최신 기기와 요금제에 대해 가르치고, 수료생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인증시험을 치른다. KT는 연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증자에게는 월 100만(1급)·50만(2급)·30만원(3급)을 24개월간 펀드 계좌에 적립했다가 지급한다. 한 사람에게 최대 240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1인당 월 10만~3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 보고를 받은 이석채 회장이 “이왕 지원하는데 과감하게 하자”고 제안해 지금의 규모가 됐다.

 이 프로그램은 KT의 직영점뿐 아니라 KT에서 고용하지 않은 대리점 직원에게도 적용된다. 시작한 지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7000명이 시험을 치렀고 2094명의 직원이 ‘스마트 지니어스’로 매월 KT로부터 격려금을 받고 있다. 이씨는 170명뿐인 1급 인증자 가운데 하나다.

휴대전화 판매직은 고객을 대하는 게 쉽지 않고 급여나 복지 수준이 낮아 이직이 잦은 직종이다. 하지만 ‘스마트 지니어스’ 제도를 도입한 결과 해당 직원의 퇴사율은 월 1.7%로 전체 평균 6%의 4분의 1 수준이고, 판매 실적도 일반 직원보다 23% 높았다.

 구현모 KT 개인Sales&CS 본부장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휴대전화를 한 번 팔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요금·사용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고졸이나 주부사원들도 전문 지식과 자부심을 갖고 고객을 대하게 되면서 KT의 브랜드 신뢰도가 올라간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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