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 무더위에 우려되는 전력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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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당장 전력대란이 걱정되니 말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안타깝고 한심하다. 엊그제부터 무더위가 시작됐다. 그러자 이틀 연속 전력수요가 여름철 사상 최대치(7291만㎾)를 경신했다. 아직은 예비전력이 최소 안정선인 400만㎾를 웃돌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계제가 아니다. 전력 사용을 규제한 결과가 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규제하지 않았다면 예비전력은 위험 수준인 200만~300만㎾대로 뚝 떨어졌을 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건 8월 초순이다. 또 무더위는 9월 중순까지 지속된다. 폭염이 심해지면 전력수요는 더 늘어난다. 정부는 당초 규제하지 않을 경우 여름철 전력 최대 수요는 770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력공급능력(7700여만㎾)에 해당한다. 지난해 최대 공급능력보다 낮은 이유는 고리 원전 1호, 울진원전 3·4호기가 가동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력수요를 7300만㎾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그래야 예비전력 400만㎾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전력수요는 7300만㎾에 도달했다.

 불안 요인은 또 있다. 이 정도의 전력 공급조차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봄에 받아야 했던 정비점검을 여름철 전력 수요 때문에 가을로 넘긴 발전소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고장 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력수요를 더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여러 차례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적댔다. 선거를 앞둔 데다 물가상승 등의 부담이 컸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덜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기요금을 서둘러 올려야 한다. 절전을 위한 대국민 홍보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물처럼 펑펑 쓰는 낭비 현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수요를 줄이지 못하면 아슬아슬한 상황은 계속된다. 여름철을 넘기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