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맞춤치료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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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요통으로 고생하는 직장인 김모(45)씨는 요즘 혼란에 빠져 있다. 그가 방문했던 5개 병원 척추전문의가 모두 다른 치료 처방을 내린 것. 첫 번째 대학병원 의사는 척추유합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전문병원에선 복강경으로 유합술을 한 뒤 나사못 고정술을 하자고 했고, 세 번째 병원에선 비수술 주사치료를 권했다.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다. 그는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선 척추 인공디스크 수술을 권유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낸 ‘명의’는 웬만하면 수술을 받지 말고 운동과 재활요법으로 견뎌보라며 약을 처방해 줬다.

 왜 의사들은 같은 증상, 같은 질환에 다른 치료법을 권할까.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은 “척추질환 치료법이 다양해진 데다 의사마다 수련 과정과 경험에 따라 선호하는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수술 또는 비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이 생기고, 환자가 어느 병원을 찾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치료를 받는다는 것. 사람에게 옷을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옷에 사람을 맞추는 식이다. 신규철 원장에게 척추질환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과 적응증, 장단점을 알아봤다.

 요통의 가장 많은 원인은 급성 근육성 염좌다. ‘허리가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경우다. 이럴 땐 물리·약물치료를 받으며 한두 주 요양하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요통이 한 달 이상 가거나 자주 반복하면 척추관절이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촬영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척추디스크 이상이나 신경의 압박 정도를 알 수 있다. 신 원장은 “이를 보고 비수술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하는 디스크 탈출증이나 신경통로가 막혀 감각·운동신경 이상이 있어 잘 걷지 못하는 경우엔 수술을 권한다.

 요즘 뜨고 있는 것이 중재적 시술이다.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의 중간 단계에 있는 모호한 증상의 환자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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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치료법이 경막외주사에서 진보된 신경성형술이다. 투시 X선 영상을 보며 꼬리뼈에 있는 신경통로로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넣어 유착된 신경조직을 풀어주고, 염증치료제와 유착방지제를 투입한다. 시술 시간은 20~30분으로 두세 시간이면 일상생활에 복귀한다.

 척추수술은 신체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경통로의 압력을 줄여주는 감압술이 대표적이다. 가능하면 주변 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신경을 누르고 있는 조직만을 제거한다. 신 원장은 “최근 소개된 미세현미경감압술은 1.5~2㎝만 절개해 수술을 하므로 신경이나 다른 조직을 손상하지 않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물론 고령환자도 수술이 가능해졌다는 것. 수술 시간은 척추 부분마취 하에 45분 정도 걸린다. 유합술 대상은 척추분리증이나 척추전방위전위증 같은 척추 변형이 동반된 척추관협착증 환자다. 최근에는 유합술도 부위만 마취해 시행한다. 수술 기구의 발달로 예전에 비해 수술법이 많이 간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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