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콜로라도,반란은 시작되었다

중앙일보

입력

"이젠 더 이상 들러리로 머물 수는 없다."

지난 스토브리그,콜로라도의 댄 오도우드 단장은 하나의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그가 계획했던 목표란 바로 지구 4위에 머물렀던 2000시즌과는 전혀 다른 2001시즌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오도우드 단장은 곧바로 마이크 햄튼과 데니 네이글이라는 두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며 투수력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과 더불어 그의 이 노력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995년,와일드 카드로 가을의 클래식에 참여했던 콜로라도는 사상 최단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2년뒤 팀 창단 동기생이었던 플로리다 말린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자 콜로라도는 상대적 박탈감에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지구우승, 이는 콜로라도의 영원한 목표이자 한편으로는 꿈일 수 밖에 없었다.언제나 쿠어스 필드의 희박한 공기는 그들의 투수진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기 때문이었다.앤디 애쉬비,브렛 세이버하겐,빌 스위프트,그리고 대릴 카일 등 한결같이 정상급 투수였던 이들은 덴버의 희박한 공기 앞에서 십자포화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콜로라도가 올시즌 치른 두 경기에서 나타난 모습은 이런 우려가 기대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4월 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개막전,지난 시즌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던 마이크 햄튼이 8.1이닝 무실점의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쿠어스 필드의 벽을 넘은 데 이어,2차전에서는 또 한 명의 새로운 콜로라도맨 데니 네이글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13 대 9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네이글은 5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7안타 3실점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막강타선을 틀어 막았다.쿠어스 필드의 조건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투구내용이었다.반면 카디널스의 선발 앤디 베네스는 3이닝 동안 10안타로 12실점하며,쿠어스 필드의 쓴 맛을 톡톡히 치르야만 했다.

타선에선 영원한 콜로라도맨이 된 토드 헬튼이 3점 홈런을 포함해서 4타점,다시 돌아온 콜로라도의 영웅 래리 워커 역시 4타점을 뽑았으며,네이피 페레즈는 4타수 4안타,3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카디널스는 짐 에드먼즈와 레이 랭크포드가 각각 2개씩의 홈런을 뽑아내며 뒤늦게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콜로라도의 지구우승"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이 말은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낯설은 단어였다.그리고 콜로라도의 지구우승을 점치는 것은 지금도 시즌 초반이라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하지만 시즌 초반 덴버의 희박한 공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두 좌완투수 햄튼과 네이글의 활약은 올시즌 콜로라도가 서부지구의 최대의 복병이 될 것임을 벌써부터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투수력에 비해 떨어지는 타력의 LA 다저스,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나지만 큰 전력보강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교한다면 이들에 비해 투타에서 훨씬 조화를 이루고 있는 콜로라도의 지구우승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또한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 필드의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며,쿠어스 필드를 투수들이 아닌 타자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 두 투수들의 활약은 벌써부터 서부지구 팬들의 관심사가 되기엔 충분하다.

아마도 지금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온갖 힘을 기울이며,전력보강을 한 댄 오도우드 단장은 벌써부터 가을의 전설이 이루어지는 10월을 기대하며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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