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주식시장…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 급락, 미국 증시 폭락 등으로 4일 지수 500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짙은 불안에 휩싸였다.

지수 500선 붕괴(종가기준)는 지난 99년 2월25일(499.14)이후 2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주가가 작년에 충분히 조정을 거친데다 드러날 수 있는 악재는 대부분 현재화돼 있기 때문에 지지선인 480선, 최악의 경우에도 450선 아래로 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신우 굿모닝투신운용 대표= 최근 주가 급락 원인은 직접적으로 엔화 약세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원화가치도 함께 절하됐고 이는 금리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충격을 받아 500선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미국증시 불안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지수 500선 지지는 미국 나스닥지수가 1,800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전날 1,700선마저 붕괴됐다. 따라서 나스닥지수가 1,500까지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 역시 어디까지 떨어질 지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작년 조정기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지수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470-480선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 미국도 기술주는 빠지고 있으나 경제전반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하반기(4.4분기) 경기회복 전망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국내 시장 역시 지금의 하락세는 바닥을 잡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400선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이 바닥권이라는 시장의 인식은 강하지만 엔.달러 환율급등세 진정, 미국 증시 안정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다. 엔.달러환율이나 미국시장의 방향성은 이달중 드러난다. 따라서 이달 하순이면 국내증시의 방향성도 뚜렷해지리라 본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 종합주가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500선 아래로 무너졌지만 앞으로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많은 종목들이 IMF때보다 주가가 낮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어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초에 예측한 주가지수 480-570 전망을 유지한다. 다만 반등 모멘텀이 없고 계속해서 전자와 통신 업종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주식을 팔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우리 증시가 살아나려면 미국 경기 및 증시가 회복돼야 하지만 실적악화 발표가 이어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아직은 불안한 모습이다.

앞으로 두달간 미국의 고용통계에서 비농업부분 신규 일자리 창출 수치가 양호하게 나타나면 경기침체가 IT산업 바깥으로 번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또 최근 악재가 되고 있는 엔화 환율도 앞으로 6개월 안에 135엔까지 추가 상승할 전망이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1천4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아 현재보다 더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종합주가지수가 의미있는 지지선이었던 500선아래로 떨어지면 하락 속도가 빨라져 450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은 나스닥지수의 의미있는 지지선이었던 1,800선이 붕괴된 이후 급하게 하락한 것과 비슷한 행태를 우리 증시가 보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연말.연초에 비해 주변 상황이 악화돼있다. 지난 1월 외국인들은 저평가 매력때문에 우리 증시로 몰려왔지만 더 이상 다른 나라 증시와 비교해 싸다는 인식을 주지 못한다. 당시 2,300∼2,400 수준이었던 나스닥 지수가 1,700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서 움직이는데 그쳤다.

우리 증시가 상승추세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회복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미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어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 근본적으로는 국내 경기가 좋아져야 하지만 요원한 실정이다. 원화값에 직접역향을 미치고 있는 엔화환율 역시 일본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에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현재 우리 증시에서 기술적으로 의미있는 지지선은 480∼500대이기 때문에 500선이 깨졌다고 해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스닥 폭락이라는 외부 충격으로 박스권이 한단계 낮아진 것으로 해석될 수있다.

480∼500은 지난해 말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방어했던 지수대라는 기대가 있는데다 이번에도 정부가 증시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어 일단 내부적으로 급락의 고리는 끊길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 증시는 전날 나스닥 지수가 또다시 폭락하는데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하락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오히려 반등세를 기대할만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엔화 환율이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 조절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증시가 폭락하며 달러화 가치 상승세도 진정되는 기미여서 당분간 환율악재는 잠잠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엔화 환율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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