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이상기류] 下. 돌파구를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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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수출실적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동요하는 빛이 뚜렷하다.엔화 약세까지 겹쳐 미국·일본의 경기침체 충격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표정이다. 지금 정부는 미·일 경제회복을 기다리며 목표 성장률을 그대로 두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살리는 것도 미뤄두고 있는 시점이다.미묘한 시기에 미·일 경기둔화의 충격파가 몰려오면 정말 큰일이다.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태에서 수출까지 멈춰서면 ‘트리플 4(성장,실업,물가 4%대)’의 기대가 물건너갈 수 있다.

재경부는 "3월 수출실적이 줄어든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같은 물건을 팔고도 벌어들인 돈이 작았기 때문" 이란 게 재경부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반도체 가격(64MD램)은 개당 5.9달러로 올 3월(개당 2.3달러)보다 2배 이상 비쌌다. 결국 올 3월 수출금액이 지난해 3월보다 작아진 것은 반도체 수출물량은 늘었지만 수출단가가 싸져 전체 수출금액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이후 미.일 경기둔화가 본격적으로 우리 수출에 영향을 주게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기둔화로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것이 우리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며 긴장하고 있다. 당장 뾰쪽한 수가 있는 게 아니고 그렇다고 뒷짐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수출부진의 충격파=지난해 경제성장율에서 수출 기여도가 절반을 넘었을 만큼 우리 경제는 수출로 먹고 산다. 수출이 고개를 숙이면 경제성장률 1~2%를 까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한국은행 안병찬 국제무역팀장은 "올해 경제전망에서 수출 증가율을 8.1%로 잡았는데 최근 전세계적인 교역 감소 추세에 따라 올 수출 증가율이 5%에 머물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3%포인트 낮은 수치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출성장률이 3%포인트 낮아진다면 GDP성장률도 1.2%포인트 이상 낮아진다.

여기에 수출감소에 따른 설비투자 축소.소비 둔화 등을 감안하면 성장률은 더 떨어지게 된다. 성장률이 1% 떨어지면 실업률은 0.3% 포인트 오르고 실업자는 7만~8만여명 늘어난다.

수출 부진이 저성장→고실업→고물가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에 힘이 빠지면 그동안 어렵게 모아두었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들은 환차손에 민감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 도 최근 분석에서 한국의 외자유치 규모가 앞으로 5년간 84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관련 재경부 김용덕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징후는 아직 없다" 고 주장했다.

◇ 수출 활로 어디서 찾나〓한두달 사이에 상황을 확 바꿀 방법은 없어 보인다. 꾸준히 새시장 뚫고 좋은 제품 싸게 만들어 파는 것 뿐이다.

정부가 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한동(李漢東)총리의 중남미. 중동순방을 추진하고,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해외세일즈에 나서기로 한 것도 그같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지금의 수출 위기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3년간 재무구조 개선노력만 하고 투자를 못하면서 기존 상품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 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줄어든 것은 반도체.컴퓨터 등 정보기술(IT)관련 제품의 특성 때문" 이라며 "IT제품은 가격보다는 수요에 의해 물량이 결정되는 측면이 강해 가격 변동이 심하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미국의 IT경기가 살아나야 우리의 수출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은 국내경기를 다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상훈.서경호.하재식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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