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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안증권·은행채 … 대타로 나서기엔 ‘2%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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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조작 의혹에,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무용론’까지 불거지면서 이를 대체할 단기 기준금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해 말로 예정했던 대체 금리 도입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길 계획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9년 150조원에 달했던 CD 거래량은 2010년 75조원, 2011년 53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7월 현재까지 14조5000억원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은 CD발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씨티은행 등 일부 은행만 CD를 발행하고 있다. 발행과 유통이 줄면서 변동금리 대출 등의 기준 역할을 하는 ‘단기 지표금리’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현재 CD금리의 ‘대타’로 거론되고 있는 단기 금리는 코리보·통화안정증권·은행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다.

 한국은행은 통안증권을 대안으로 밀고 있다. 통안증권은 매주 1조2000억원 정도가 규칙적으로 발행돼 금리가 왜곡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은이 통안증권을 발행하므로 사실상 한은이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게 부담이다.

 은행에선 은행채를 주장한다. 실제 은행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한다. 하지만 은행채는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단기 기준금리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RP 역시 실제 체결된 거래를 기반으로 금리가 결정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은 대타 후보는 코리보(Koribo, Korea inter-bank offered rate)다. 한국의 리보를 표방해 2004년 7월 탄생했다. 15개 은행이 제시한 금리 중 최고·최저치 3개씩을 빼고 나머지 9개의 평균치를 고시한다. 하지만 코리보도 CD금리와 금리 결정 과정이 비슷해 조작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어느 것 하나 권위 있는 지표 금리는 아니다”며 “각 업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 중 하나를 대체금리로 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D금리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제는 CD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시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D금리와 연동돼 거래되는 ‘금리스와프’ 거래 규모는 연 4400조원, 변동금리부사채(FRN)시장은 7조원가량 된다. 특히 금리 스와프는 짧게는 1년물에서 길게는 20년물까지 거래가 되는데, CD금리를 갑자기 폐기처분하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한 파생상품업계 관계자는 “CD금리에 문제가 많았지만 마땅한 대체금리가 없다 보니 관행적으로 CD금리를 사용해왔다”며 “결국 10조짜리 시장이 4000조짜리 시장을 흔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은 현재 대안으로 제시된 여러 금리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 최용호 시장분석과장은 “CD금리를 보완할 금리를 찾는 동시에, CD 거래 활성화 및 금리 결정 투명화 방안도 함께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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