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사업, '찬밥 신세'서 '알짜 사업' 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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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정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프레몬트시에 있는 인티라(http://www.intira.com) 본사. 기업 전산시설 관리를 대행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스토리지(저장장치)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유명하다.

진도8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인티라 본사는 방탄유리와 첨단 보안장치로 가득찬 요새처럼 보인다. 스틴슨 부사장은 "기업마다 정보량이 폭증하면서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업체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고 말했다.

정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스토리지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음성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주고받는 수요가 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들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서버.PC 등 컴퓨터의 부속장치 정도로 여겨져 온 스토리지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참여 업체도 늘고 있다.

◇ 급성장하는 스토리지 시장〓스토리지로 불리는 기업용 저장장치는 안정성.신뢰성이 높고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크게 강화한 제품들을 뜻한다. 그동안 주로 서버나 대형컴퓨터의 부속장치 정도로 취급받아 왔지만▶정보의 양이 늘고▶이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고▶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는 2003년에는 스토리지 시장(5백43억달러)이 서버 시장(5백39억달러)을 앞서고, 2004년엔 그 차이가 1백억달러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컴퓨터의 주변기기에 머물렀던 스토리지가 IT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올해 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8천억원)보다 50%쯤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세계 최대 업체인 EMC(http://www.emc.com)가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이 분야의 성장세에 자극받은 IBM.히타치.선.컴팩.HP 등 외국계 IT업체들이 가세했으며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 등 국내 업체들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왜 주목받나〓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된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학 정보관리시스템대학원(http://www.sims.berkeley.edu/how-much-info)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그림.문서.필름.디지털 등 온갖 형태의 정보량은 12 엑사바이트(exabyte, 1엑사바이트는 10억 기가바이트)에 이르지만 요즘은 불과 2~3년 만에 이만한 정보를 만들어낼 만큼 정보량이 급증하고 있다. 연구팀의 할 배리언 교수는 "올해 인류가 쏟아낼 데이터의 양이 6엑사바이트에 이르며, 이 수치는 매년 두 배씩 늘어난다" 고 예측했다.

미국 보스턴 교외 홉킨턴에서 만난 EMC의 국제사업담당 부사장 브루스 리드는 "스토리지는 정보를 단순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네트워크와 연결돼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는 추세" 라고 말했다.

◇ 새로운 정보인프라의 핵심〓실리콘밸리의 스토리지웨이(http://www.storageway.com)사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SSP(스토리지 서비스 프로바이더). 기업들의 스토리지 구입.관리.유지 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이 회사 킴 펜넬 사장은 "같은 용량의 스토리지를 직접 사서 유지하는 것보다 아웃소싱하는 것이 60% 이상 싸다" 며 "지난해 가을 영업에 들어가 60개 고객을 확보했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가 활발하게 영업을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계자는 "이들 서비스는 기업 전산환경을 외부 전문가에 맡기는 아웃소싱을 전제로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이를 못미더워한다" 고 지적했다.

[보스턴.샌프란시스코〓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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