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아이들이 자기 전설을 쓰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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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시집 간 임신한 딸아이가 태명을 지어달라 해서 지어 준 이름이 ‘기쁨’이다. 가정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 있을 때 임신 소식을 전해 줘 잠시라도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옹알이의 의미를 알아차리기가 모스 부호를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하나하나의 행동과 말이 가족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도 하고 태명 그대로 모든 가족에게 기쁨을 가득 안겨주기도 한다. 아이가 살짝 웃음을 짓고 있으면 바라보는 가족 모두가 파안대소, 큰 웃음의 물결을 이룬다. 나날이 변해가는 모습과 행동 하나하나는 기쁨이의 삶과 역사가 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부음을 보면 ‘컨트리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덕 왓슨(89)이 별세했다고 한다. 태어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시력을 잃은 왓슨은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빠르고 경쾌한 연주 기법인 ‘플랫 피킹’에 뛰어나 기타가 50∼60년대 팝 음악의 대표 악기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 왓슨은 그래미상을 7차례 받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미국 컨트리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산악인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1986년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산소통 없이 등반했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배낭을 지고 단독 등반해 산악인의 전설로 불린다. 메스너가 산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모든 산악인에게 새로운 역사가 됐다. 우리나라 산악인 오은선씨도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좌의 마지막인 안나푸르나를 등반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여성이 됐다. 그녀가 산을 오를 때마다 여성 산악인의 역사가 달라졌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전자는 기적을 만들고 후자는 변명을 만든다는 것이다. 어른은 실패했을 때 실패한 원인을 찾기 전에 어떤 핑계 거리를 찾아 변명을 하려하고, 아이는 실패한 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한다. 아이들 노는 모습을 한 번 관찰해보자. 틀리거나 잘못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신나게 잘 놀고 잘 지낸다.

외손녀 딸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의 삶에 새로운 역사가 된다. 목을 가누다가 눈을 마주치면 옹알이를 한다. 그 모두가 새롭게 쓰는 아이 삶의 역사다. 수없이 많은 흉내를 낸 끝에 ‘엄마’를 배우고 ‘아빠’ 소리를 낸다. 부모들은 아이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환희하고 아이보다 더 큰 웃음으로 행복해 한다. 수없이 많은 실패와 반복 연습 끝에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행동이 나온다. 그 모든 언행이 아이에겐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역사이며 바로 그의 삶에 전설이 된다.

김태열 천안신용초 교장

우리는 매일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매일 일어나는 모든 것이 새로운 기록이 된다. 모든 기록을 갱신한다. 얼마나 소중한 오늘인가. 청소년들의 하루하루는 그들의 삶에 새로운 역사가 된다. 청소년들의 역사는 바로 우리 모두의 역사며 모든 사람들의 전설이고 미래다. 혹여 성인의 시각으로 못마땅하다고 해도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자. 긍정의 시각과 따뜻한 격려가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청소년, 그들이 바로 우리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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