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영호 의문의 숙청…"권력투쟁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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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영호 군총참모장(왼쪽)이 지난 4월 15일 열린 군사퍼레이드 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는 최용해 총정치국장. [AP=연합뉴스]

북한 군부 최고 실세로 통하던 이영호(70)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총참모장이 모든 직무에서 전격 해임됐다. 16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5일 정치국 회의에서 “이영호를 신병(身病)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김정은 시대 들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김영춘→김정각), 군 총정치국장(김정각 제1부국장→최용해), 국가안전보위부장(미상→김원홍), 보위사령관(김원홍→조경철) 등 군부·공안 핵심 책임자가 모두 교체됐다. 이영호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추대된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 때 김정은과 함께 신설 직위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나란히 임명되면서 북한 권력의 최고 실세로 급부상했다.

 우리 정부는 그의 해임을 ‘엄중한 사안’으로 파악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이례적이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저 정도 사람이 삭탈관직(削奪官職)을 당하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시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뭔가 평양 권력 내부에 불안정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최근 이영호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영호는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18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김정은과 함께 참배했다. 그는 올 들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32차례나 따라다녔다. 현재로선 김정은의 군부 장악 과정에 문제가 생겨 문책당했거나, 장성택(66·김정은의 고모부) 국방위 부위원장·최용해(62) 군 총정치국장 등과의 불화설, 엄중한 실책을 저질렀거나 군부 내부의 권력투쟁에 관련됐다는 설 등이 나오고 있다.

 올해 70세인 이영호는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다. 포병 전문가이자 작전통으로 평양방어사령관 등 군 요직을 거쳤고, 김정일에 의해 김정은의 군부 후견인으로 낙점됐다. 그는 김정일의 후계자 시절 군부의 지지를 다져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에 비견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과 함께 맨 앞줄에서 운구차를 호위하면서 김정은 체제 권력 엘리트 8인방의 핵심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그의 전격 해임을 사실상 숙청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용현 존스홉킨스대 방문교수는 “김정일은 이영호에게 군부를, 최용해에게 노동당을 맡기고 장성택에게 리베로 역할을 줬다”며 “권력 분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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