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창작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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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를 활용해 모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작품 ‘그림자 모빌’. 모빌을 통해 벽에 글자가 투영되고 있다.

하얀 벽면에 나비, 새, 꽃 모양의 그림자가 조용히 투영된다. 어두운 공간에 비친한 줄기 빛이 허공에 매달린 모빌을 겨냥한 덕분이다. ‘그림자 모빌(Shadow Mobile)?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관객들이 직접 모빌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그림자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스마트폰’이었다.

전화기는 이제 지도가 되고 극장이 되며 컴퓨터, 카메라, 신용카드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영역을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폰의 기능을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넓히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네모(NEMO)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갤럭시 노트 창작대전’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새로운 창작도구로서의 갤럭시 노트를 조망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갤럭시 노트에 포함된 S펜을, 말 그대로 ‘펜’처럼 활용해 얇은 선으로 섬세한 드로잉을 선보이는 기법을 구경할 수 있다. S펜의 ‘여러가지 펜’ 효과를 통해 수채화나 유화?크레파스화의 느낌을 살려낸 작품부터, 입출력 방식을 활용해 모터 제어 기술을 구현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하게 전시됐다. 스마트 기기로 시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예술적 상상을 집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갤럭시 노트 창작대전’의 일반인 부문, 프로암 부문, 미디어아트 부문에서 수상했거나 우수 출품작으로 선정된 것들이다.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과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프로암 부문의 최종 선정작 5점은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한층 독특한 작품으로 재탄생 됐다. 정 작가는 “기술이 먼저 만들어지면 그 기술에 대한 문화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이를 정의하기 위해 철학과 예술이 뒤따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 창작대전에서 수상한 그림들로 다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현재와 신기술에 철학을 담아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미디어아트 부문의 수상작들은 갤럭시 노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경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영화영상전공 홍성대 교수의 ‘그림자 모빌’은,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 갤럭시 노트를 터치하거나 상하좌우로 조종하면, 그 움직임을 갤럭시 노트 내 터치센서와 방향센서가 감지하고 전자신호로 전환한다. 입력 받은 신호의 세기나 방향에 따라 모터가 모빌을 회전시킨다. 위아래로 오르내리게 하고, 모빌 윗부분에 달린 조명이 이 움직임을 비추어 공간 내에 다채로운 그림자 춤을 선보이는 것이다.

홍 교수는 “모빌이라는 오브제가 주는 향수와, 갤럭시 노트 S펜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서로 맞닿는다는 점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했다”며 “갤럭시 노트의 다양한 센서들은 신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하는 미디어아티스트들에게 최적의 창작 도구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부문 수상작인 ‘꿈많던 나’(김교희·왼쪽)와 프로암 부문 수상작 ‘적도의 꿈 데자뷰’ (정연두·김병호의 협업)

또 다른 수상작인 ‘한글척척’은 관객이 갤럭시 노트에 탭?플립?드래그로 획을 입력해 한글 자소를 생성하고 조합한다. 한글 제자(製字)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매번 자소가 바뀔 때마다 그것이 이루는 글자의 발음이 스피커로 출력된다. 서로 다른 자음, 모음이 어떤 식으로 형태와 음성의 관계를 이루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지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누군가 적어놓은 글에 글귀를 보태거나, 조합한 단어를 새로운 단어로 변형하는 과정은 마치 담벼락에 낙서를 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관객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통한 아날로그적 감성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갤럭시 노트 창작대전을 통해 뽑힌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창작대전 마이크로 사이트(www.howtolivesmart.com/notecreat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 문의=02-542-1980~1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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