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TV 시청 습관이 몰래 전송되고 있다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6일 프라이버시 협회는 디지털 비디오 리코딩 회사인 티보(TiVo)가 가입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영리 단체인 프라이버시 협회는 티보의 서비스가 가입자의 시청 습관에 대한 정보를 회사측이 인정하는 수준보다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티보가 셋톱박스에 포함된 인쇄물보다 온라인에서 좀더 명시적인 프라이버시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자 중 한 사람인 리차드 스미스는 "이들은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할 때도 고객들이 읽지 않는 법적인 진술 속에만 그것을 파묻어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보 대변인은 회사측이 가입자들이 무엇을 시청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 사실이지만, 프라이버시 협회의 지적과는 달리 그 데이터에서 이름을 지워버린다고 반박했다. 회사측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그는 작년 9월 티보가 자체 프라이버시 정책을 갱신했다고 덧붙였다.

티보는 네트워크 및 광고업체들에게 익명의 정보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는 VCR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셋톱박스다. 하지만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는 대신,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프로그램들이 저장된다.

이 셋톱박스는 다른 기능들도 수행할 수 있으며 생방송 프로그래밍을 중단하고, 이후에 나올 프로그램을 예약 녹화할 수 있다.

티보의 리코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셋톱박스들은 전화선을 통해 서버에 연결돼 프로그램 편성표와 시간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과거의 프로그램 선택기록에 기초해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 협회에 따르면, 가입자의 시청 습관에 대한 정보가 캘리포니아 앨비소에 있는 티보 본사로 전송되는 것은 셋톱박스가 서버에 전화를 거는 시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P.J.맥닐리는 티보를 옹호했다.

맥닐리는 "누구도 프라이버시 협회의 공격 대상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티보도 사람들의 정보를 남용하는 회사로 언급되는 것을 분명히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변호했다.

티보는 당초 월스트리트와 산업 연구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높은 기대를 불러모았지만, 고객들이 개별적인 셋톱박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티보에 대한 관심은 차츰 식어갔다. 티보는 지금까지 15만4000명의 가입자들을 확보했다.

하지만 디지털 비디오 리코딩은 다이렉TV나 앞으로 나올 AOLTV같은 경쟁적인 셋톱박스로 진입하면서, 다른 TV 서비스에 추가되는 기능으로써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

Richard 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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